- 전용구장 없고 기반시설 열악
- ‘구도 부산’ 걸맞는 정책 필요
“명색이 ‘구도(球都)’ 부산인데, 아이들을 위한 전용구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지난 4월부터 3개월에 걸쳐 부산지역 리틀야구단 14곳을 모두 훑었다. 미래 한국야구를 이끌 유망주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감독과 학부모들의 입에서는 희망 섞인 얘기보단 푸념이나 성토가 더 많이 나왔다. 아이들은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슬땀 흘리는데, 정작 지자체에서는 제대로 된 전용구장 하나 지어주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일부 감독과 학부모는 전용구장 부재에 관한 기사를 써보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주문할 정도였다.
실제 부산 리틀야구의 현주소는 열악했다. 14개 구단 중 수영구와 강서구만 시설 사용료를 내지 않는 전용구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나마도 주변 환경이나 접근성이 좋지 못했다. 수영구의 경우 민락수변공원 한복판에 구장이 있다. 겉으로 봤을 땐 탁 트인 전망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아이들의 땀을 식혀줘 그야말로 ‘명당’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지금이야 공원 내 음주금지 조처로 조금 나아졌지만 취재 당시에는 ‘술변공원’ 그 자체였다. 행락객이 전날 마시고 간 술병을 비롯해 일회용품들이 구장 주위로 나뒹굴었다. 아이들은 이를 애써 무시한 채 훈련에 매진했다.
강서구의 사정은 조금 나았다. 4년 전 지역의 공터에 전용구장을 세웠다. 내·외야 펜스는 물론 별도의 배팅 훈련장과 장비 보관실까지 알차게 만들었다. 야구 명문 경남고를 나온 전임 구청장의 배려였다. 그러나 신설 구장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떨어지는 접근성이다. 구장이 있는 곳은 미음지구 산업단지 내로, 도심과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 곳이었다. 주변은 수풀로 우거져 있고, 도로에는 물류창고로 향하는 대형 화물차량만 내달렸다.
올해 초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거리를 걷다 심심찮게 돔구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부산의 현실과 정반대였다.
열악한 환경 탓에 해체에 직면한 구단도 있다. 남구와 사하구 리틀야구단이다. 이들 구단에는 선수반에 소속된 아이들이 2명뿐이다. 특히 사하구리틀야구단의 경우 남아 있는 선수반 아이들이 모두 올해 중학교에 진학했다. 리틀야구 규정상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만 리틀야구에서 뛸 수 있다. 이달 말까지 회원을 찾지 못하면 선수가 없어 전국대회 출전이 금지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이에 감독도 구단 해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구단이 사라지면 동구에 이어 회원 감소에 따른 두 번째 해체 사례가 된다.
숫기가 없는 부산의 아이들은 “야구가 왜 좋으냐?”는 질문에는 수다쟁이로 변했다. 야구가 좋은 이유가 수백 가지였다. 야구에 대한 아이들의 열정이 하늘을 찌르는데, 정작 전용구장 하나 없는 지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백창훈 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