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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야구실록]'안경에이스' 염종석이 회상해보는 1992 시즌[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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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과 3분의 1이닝. 어깨, 팔꿈치 등의 부상을 달고 살았던 롯데 안경에이스 염종석 감독의 통산 소화 이닝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총 16시즌을 소화했고 그 중 11시즌을 100이닝 넘게 투구했다. 1791과 3분의 1이닝은 KBO리그를 통틀어도 전체 20위안에 들 정도로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데뷔 시즌의 204와 3분의 2이닝(포스트 시즌 제외)을 시작으로 4년 (1992 ~ 1995년) 동안 약 592이닝을 던졌던 염종석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의 ‘투혼’ 그 자체였다.

부산야구실록 취재진 질문에 답변 중인 ‘안경에이스’ 염종석 동의과학대 감독. 최철웅 인턴
부산야구실록 3화는 지난 편에 이어 ‘감독 염종석’의 지도관을 들어보고 ‘선수 염종석’의 과거를 회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부산야구실록(이하 ‘부’) : 동의과학대학교 야구부는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그만큼 앞으로 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염 감독께서 그리는 동의과학대학교의 ‘미래상’이 있을까요?

염종석 감독(이하 ‘염’) : 지도자든 선수든 모든 사람이 승부욕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순간순간 저도 그런 생각(좋은 성적)도 들고, 욕심도 나지만 그게 첫 번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운동장 나올 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주어진 시간에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몇 년 뒤에는 전국대회 4강도 들고, 우승도 하고 싶지만 이 생각 자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부 : 감독님께서는 현역시절 ‘염태지(염종석 + 서태지)’라고 불리실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리셨습니다. 선수들의 부모 세대야말로 선수 염종석을 정말 사랑했을 텐데 부모 반응은 어떻습니까?

염 : 선수 스카우트을 위해 부모를 뵙게 될 때 부모 입장에서는 선수 진로를 위해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저 개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다. 다만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야구부 행사가 있을 때 저에게 오셔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정말 팬이었다’고, ‘감사했다’고 말이죠. 다만 부모님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만큼 자식 역시 잘 케어해줬으면 하는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졸업할 때가 되면 실망감이 크실 수도 있겠죠.

2021시즌 최준용(롯데 자이언츠)이 아쉽게 신인왕 수상에 실패하며 염종석 감독은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의 유일한 신인왕으로 남아있다. ‘슈퍼루키’ 김민석(롯데 자이언츠)이 신인으로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이용준(NC 다이노스) 김동주(두산 베어스) 문동주(한화 이글스) 박명근(LG 트윈스) 등 타 팀 신인들 역시 수준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롯데 자이언츠의 두 번째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유일한 신인왕은 데뷔 시즌 큰 임팩트를 남겼지만 이후 부상과 수술이라는 큰 아픔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부 : 1992년 우승 당시, 우승과 몸 상태를 맞바꿨다는 말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까?

염 : 후회는 없습니다. 그 당시 제가 그렇게 던지지 않았다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안 왔을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 뒤에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을 못하고 신인왕도 수상이 안 되다보니 계속 제 이름 석자가 나오는 게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음식점 직원 분, 택시기사, 주변 지인이 여전히 ‘염종석’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시고 그리워 해주시고 하는 것에 뿌듯합니다. 우승과 몸을 맞바꿨다기보다는 그런 기회가 인생에서 몇 번 오겠습니까. 그 당시 몸이 안 좋아서 수술도 많이 하고 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1980년대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었던 김용희, 김용철, 최동원, 유두열 선수. 국제신문 DB
부 : 선수 생활에 이어 지도자 생활까지. 감독님의 긴 야구 인생 동안 영감을 주셨던 야구인이 있습니까?

염 : 프로야구 출범과 동시에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부산에 연고를 잡으면서 최동원 선배님, 김용희·김용철 감독님 등 많은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1980년대 멤버. 그분들을 보고 제가 야구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염종석이라는 이름을 떨쳐 본 것도 그때 그분들의 영향이 컸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008년 준플레이오프가 열렸던 사직야구장 전경. 국제신문 DB
부 : 마운드에서 마지막으로 공을 던진 순간을 기억하나요?

염 : 제가 아마 1996년부터는 평범한 투수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왔어요. 4선발, 5선발 싸움이 제가 1년 동안 해야 될 과제였습니다. 2008년 외에는 계속 선발 자리를 쟁취했습니다. 선발 투수 자리에 대한 애정이 많았지만 2008년에 선발 투수 경쟁 명단에서 제가 없어진 거죠. 당시 상당히 아쉬웠고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당시 로이스터 감독이 1군에서 기회를 가지기 위해 중간 투수로서 한 번 노력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2군 감독님께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시즌이 시작하고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정신이 들더라고요. 이후 2군 경기를 꾸준하게 던지고 나니 1군 콜업이 됐고 한 게임, 한 게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습니다. 중간 투수로 그 시즌 20경기 넘게 던졌고 방어율도 3점대를 기록했어요. 마지막 등판은 포스트 시즌 사직구장 경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염 감독은 최근 사직야구장에서 팬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클래식 시리즈에 시구자로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며 염 감독의 시구행사 역시 취소되고 말았다.

부 : 최근 롯데 자이언츠 와삼성 라이온즈 클래식 시리즈의 시구자로 초청받으셨는데 우천 경기 탓에 취소됐습니다. 아쉽지 않으셨나요?

염 : 클래식 시리즈 요청을 받고 가슴이 벅찼고 영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족 사직야구장에 갔는데 그날 비가 와서 아쉽게 시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쉽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부 : 프로 첫 승을 거두었던 당시, 기억하시나요?

1992시즌 신인 염종석과 함께 롯데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윤학길(왼쪽), 박동희(오른쪽). 국제신문DB
염 : 개막 2연전 당시 저는 당연히 윤학길·박동희 선배가 나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박동희 선배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그 당일 날 선발이 저로 바뀌었습니다. 먹은 것도 없는데 구역질이 날 정도로 긴장이 돼 힘들었습니다. 결국 첫 등판 OB전에서 2와 3분의 2이닝 동안 4실점(2자책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1군에서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선발 등판할 기회(LG전)가 생겼습니다. 좀 무책임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갔습니다. 한 타자씩 잡다보니 어느새 8회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스코어는 2대 0이었고 최연소 완봉승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9회 2아웃 2루 상황이 됐고 상대 타자가 친 공이 유격수 쪽으로 굴러갔습니다.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박계원 선배(현 부산고 감독)가 알을 까버렸네요.(웃음) 주자가 홈에 들어왔고 이후 또 안타 맞아서 2사 1·3루가 됐지만 마지막에 삼진을 잡고 경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부 : 감독님이 에이스로 활약할 당시, 지금 제자들과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막중한 책임감의 에이스 자리. 부담이 컸을 거 같은데?

염 : 단순합니다. 요즘은 ‘멘탈’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겁 없이 경기에 임했습니다. ‘자신감 가지고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요. 내가 상대보다 잘한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사람의 움직임은 결국 머리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요. 그런 자신감을 통해서 부담감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산야구실록의 취재진은 염종석 감독의 전성기 시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한 세대다. 하지만 염 감독을 향한 올드팬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기록들을 통해 염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에서 어떤 위치를 가진 투수였는지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안경에이스’라는 칭호는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자이언츠 팬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단어이다.

프로야구를 호령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20세의 어린 안경에이스는 어느덧 50세의 지도자가 됐다. 선수로서 일생에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는 ‘신인왕’과 한 번을 하기도 몹시 어려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업을 거두었던 염 감독의 지도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부 : 지도자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염 : 제가 선수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지도자들에게 억압도 받고 욕도 들어가며 운동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서운 환경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더라고요. 어떤 상황이라도 선수들은 지도자, 감독에게 어려움을 느낄 겁니다. 저는 선수들과 부대끼고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본인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꾸준하게 소통을 해가며 선수들이 기술 개발을 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염 감독과 나눈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 또는 유튜브 채널 ‘비디토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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