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카잔의 기적’을 이룬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도하의 기적’을 쓰며 월드컵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을 이뤄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 0시(한국시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같은 시각 열린 우리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2-0으로 승리했으나, 다득점에서 한국이 우루과이에 앞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두 번째 원정 16강행을 이뤘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호주, 일본에 이어 3번째로 16강에 진출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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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전반 5분 포르투갈 히카르두 오르타가 선제골을 뽑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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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가장 눈에 띈 점은 이강인(마요르카)이 선발 출전한 것이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킨 건 지난해 3월 한일전(0-3 패) 이후 처음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가나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에서 한 경기 멀티골을 터뜨린 조규성(전북)이 나섰고,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이 뒤를 받쳤다. 이강인은 섀도 스트라이커 및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중원에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정우영(알사드) 콤비가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1, 2차전에 잇따라 선발 출전했던 수비의 핵 김민재(나폴리)는 오른쪽 장딴지 부상 여파로 선발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김민재를 대신해 권경원(감바 오사카)이 선발로 나서 김진수(전북) 김영원(울산) 김문환(전북)과 함께 포백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3경기 연속 김승규(알샤바브)가 꼈다.
이에 맞선 포르투갈은 4-1-2-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출전이 불투명했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발 출전해 손흥민과 A매치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포르투갈은 2차전인 우루과이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이 6명이나 바꼈다. 이전 경기에서 경고를 받은 브루누 페르난데스와 주앙 펠릭스는 물론 베르나르두 실바 등 핵심 선수가 대거 빠졌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벤투호는 경기 초반 수비라인을 끌어 올리며 공격적으로 나왔다. 비기는 것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수비보다는 공격에 훨씬 무게를 두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전반 5분 만에 오른쪽 측면이 뚫리면서 디오구 달로가 올린 크로스를 히카르두 오르타가 골로 연결시켜 0-1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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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 전반 27분 한국의 김영권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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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에 나선 벤투호는 중원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17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김진수가 헤더로 연결했으나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벤투호는 계속 포르투갈 골문을 두드렸고 후반 27분 드디어 동점골이 나왔다. 이강인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호날두의 등에 맞고 떨어지자 김영권이 이를 놓치지 않고 넘어지며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포르투갈은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골키퍼 김승규가 여러 차례 슈팅을 막아내며 선방했다.
후반에도 양 팀은 팽팽히 맞섰다. 한국은 후반 20분 이재성이 빠지고 황희찬(울버햄튼)이 투입됐다. 이번 대회 황희찬의 첫 출전이었다. 황희찬이 들어가자마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후반 21분에는 황인범이 아크 정면에서 날린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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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한국 황희찬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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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골이 아쉬웠던 한국은 후반 35분 부상을 당한 김영권과 이강인이 빠지고 황의조와 손준호가 투입됐다.
후반 45분까지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한 한국은 추가 시간 기적을 이뤄냈다. 추가 시간 2분이 흐른 시점에서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포르투갈 페널티 지역까지 폭풍 드리블을 했고, 옆에서 쇄도하던 황희찬에게 패스했다. 이를 황희찬이 침착하게 슛으로 연결시켜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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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한국의 황희찬이 역전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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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포르투갈 간 경기의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한동안 선수들은 기뻐하지 못했다. 우루과이와 가나 경기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휴대전화로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숨죽이고 지켜봤다. 투 팀의 경기는 한국 경기보다 5분가량 뒤에 끝났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결국 우루과이의 2-0 승리로 끝나자 우리 선수들은 모두 얼싸안고 환호했다. ‘도하의 기적’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