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사우디아라비아 전 패, 독일의 일본 전 패 등 예상 밖 경기 결과가 속출한 가운데, 2022 FIFA 월드컵 나흘째인 24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과 벨기에는 이변 없이 우승 후보의 저력을 과시했다.

24일 스페인 선수들이 득점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축구 대표팀은 이날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를 7-0으로 완파했다.

스페인이 역대 월드컵 한 경기에서 7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불가리아전(6-1 승)을 뛰어넘는 대회 최다 골 차 승리다.

이날 승리는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선 젊은 선수들의 활약 덕이 컸다. 다니 올모(24·라이프치히)가 전반 11분 선제골을 넣었고, 페란 토레스(22·바르셀로나)가 멀티골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04년생 가비(18·바르셀로나)까지 후반 골을 넣었다. 이번 월드컵 최종명단(26명)에 2000년대 생을 대거 발탁한 엔리케 감독의 세대교체가 성공한 것이다.

스페인은 마르코 아센시오와 다니 올모, 토레스를 전방에 배치한 4-3-3 포메이션으로 코스타리카의 후방을 위협했다.

코스타리카는 아토니 콘트라레스를 선두에 앞세워 5-4-1 포메이션으로 맞섰으나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반 11분 가비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로빙 패스를 하자 올모가 페널티 지역에서 이 공을 잡아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전반 21분 조르디 알바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를 아센시오가 문전으로 쇄도해 추가 득점을 뽑아냈다

10분 뒤 알바가 코스타리카 오르카르 두아르테의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페널티킥을 토레스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넣어 3-0으로 격차를 벌렸다.

후반전에는 코스타리카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키 196㎝의 수비수 켄달 와스톤으로 교체하며 경기 흐름을 바꾸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후 스페인은 4골을 연달아 넣으면서 코스타리카를 침몰시켰다. 후반 9분 토레스가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왼발 터닝 슛으로 멀티골을 넣은 데 이어 후반 29분 가비가 다섯 번째 골을 넣었다.

가비는 월드컵과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 등 주요 대회에서 역대 스페인 국가대표 최연소(18세 110일) 출전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득점까지 성공했다.

교체 투입된 카를로스 솔레르와 알바로 모라타가 각각 후반 45분과 47분 마무리 골을 넣으면서 무적함대는 승리의 함포를 발사했다.

이날 승리로 스페인은 E조 1위로 올라섰다. 같은 날 독일을 2-1로 꺾은 일본과 승점은 3으로 같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반면 이날 단 1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한 코스타리카는 조 최하위로 밀렸다.

24일 벨기에 선수들이 첫골 성공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벨기에에서는 물 오른 황금 세대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1차전에서 벨기에는 전반 미시 바추아이(페네르바체)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캐나다에 1-0으로 이겼다.

이날 캐나다의 공격 축구 앞에서 벨기에는 힘겨웠다. 하지만 캐나다는 21-9로 크게 앞선 슈팅 수에도 불구하고 골 결정력 부족 탓에 승기를 잡지 못했다.

캐나다는 전반 8분 테이전 뷰캐넌(브뤼헤)의 슈팅이 페널티지역 안에 있던 벨기에 야니크 카라스코(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손에 맞아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알폰소 데이비스(뮌헨)가 전반 10분 시도한 페널티킥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레알 마드리드)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이후에도 캐나다는 맹렬하게 벨기에 진영을 몰아쳤으나 득점하지는 못했다.

결국 전반 44분 벨기에 센터백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앤트워프)가 후방에서 한 번에 넘긴 패스를 전방으로 침투하던 바추아이가 왼발 하프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캐나다는 벨기에 골문을 계속 노렸지만 점수를 내지 못했다. 후반 35분에는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카일 래린(브뤼헤)이 문전 헤더로 연결한 것이 또다시 쿠르투아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로써 벨기에는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무패 행진을 13경기(8승 5무)째 이어가게 됐다.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에덴 아자르(레알 마드리드) 등 황금세대 덕에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8강,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4강의 성적을 낸 벨기에가 이날도 우승의 첫발을 순조롭게 뗀 것이다.

이날 캐나다의 애티바 허친슨(베식타시)은 이번 대회 최고령 출전 선수 기록을 세웠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