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당리더십’으로 3시즌 만에 성과
- 식스맨들에도 ‘원팀’ 느끼게 지도

“올 시즌 선수들이 처음으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면서 성장한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겨울 농구를 책임지겠습니다.”

BNK 썸 농구단 박정은 감독이 다음 시즌 목표를 밝히고 있다. 서정빈 기자

최근 부산 기장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여자프로농구 BNK 썸 박정은 감독의 표정은 한결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BNK는 올 시즌 창단 3년 만에 처음으로 PO에 진출했다. 앞선 두 시즌 동안 하위권에 그쳤던 BNK는 올 시즌 박 감독이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생겼고, 자신감도 붙었다. 무심한 듯하지만 선수를 존중하고 믿어주는 박 감독의 ‘밀당 리더십’이 BNK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만들었다.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 소위 ‘나 때는 말이야’ 같은 걸 안 하려고 했어요. 실수는 못 본 척도 하고 잘한 것은 칭찬해주며 자신감을 살려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박 감독은 부임 후 선수 육성과 자신감 갖기에 가장 많이 공을 들였다. BNK는 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이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날이 많았다. 올 시즌 베테랑 김한별과 강아정을 팀에 영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배가 후배를 이끌며 신구 조화를 통해 자신감을 갖는 선순환을 기대했고 이는 적중했다. 박 감독은 “그동안 패배가 많았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지레 포기하거나 이겼을 때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패배의식을 빨리 버려야 했다”며 “베테랑들이 코트 안팎에서 본보기가 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게 필요했고 김한별과 강아정이 그 역할을 잘했다. 그 덕분에 경기 도중 서로 소통하며 맞춰나가는 모습이 보였고 팀과 선수 모두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단 첫 PO에 진출했지만 올 시즌 1위인 KB 스타즈에게 2연패를 당해 챔피언 결정전에는 오르지 못했다. 모두가 KB의 손 쉬운 승리를 예상했지만 2차전은 연장 접전 끝에 석패했다. 박 감독은 “제가 선수일 때는 팀이 PO 가는 게 당연했지만 지도자인 지금은 팀 역사가 짧고 아직 경험이 없다 보니 ‘ PO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며 “선수들이 다소 긴장하긴 했지만 많이 느꼈을 것이다. 값진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박 감독은 팀에 더욱 애정을 쏟았다. 레전드 선수답게 어린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했다. 그 결과 이소희와 진안, 안혜지 등은 팀 주축 선수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경기에 못 뛰는 선수들도 ‘원 팀’인 걸 느끼도록 세심히 지도했다. 다음 시즌에는 식스맨들의 기량을 더 끌어올려 공격의 다양화를 꾀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누구 한 명이 상대에 막혔을 때 공격이 단순해지곤 했다”며 “코트에는 5명이 뛰지만 8, 9명의 선수가 실전에 서 뛸 수 있게 준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제가 부산 사람이기 때문에 부산 팬들은 팀이 조금만 잘해도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힘을 북돋아주시는 걸 잘 안다”며 “올해는 팬과 팀을 같이 키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 시즌에는 그 사랑을 받아 더 좋은 결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