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女배구 9년 만에 올림픽 4강 신화
- 양궁 김제덕·탁구 신유빈도 활약
- 황선우 올해 韓 신기록 4개 경신
- kt 불과 창단 8년 만에 통합우승
- 학폭 논란 이재영·이다영 외국행
- 심석희 내년 올림픽 출전 불투명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물어간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스포츠계 역시 무관중 경기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프로배구에서는 학폭(학교 폭력) 논란과 팀 무단 이탈 등 잇단 내홍이 터져 나왔다. 빙상계에서도 고의 충돌 의혹 등 승부조작 논란이 일면서 스포츠계의 곪아터진 부조리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도 했다. 올해 주요 스포츠 뉴스를 정리한다.

■학폭·갈등으로 얼룩진 배구계

이재영·다영(25) 쌍둥이의 학폭 가해 논란이 일면서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지난 2월 15일 자매의 무기한 출전 정지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같은 날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을 각각 결정했다. 방출당한 쌍둥이 자매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직권으로 우여곡절 끝에 그리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지난 9월에는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공격수이자 국가대표팀의 간판인 정지석(26)이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기소 유예로 일단락돼 코트로 복귀했지만 분노한 팬들은 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자부 IBK기업은행 주전 세터 조송화(28)가 감독도 모르게 팀을 무단이탈, 서남원 감독 사퇴와 김사니 감독대행 체제 등 혼란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지난 8월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한 한국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격려하고 있다. 한국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매 경기 명승부를 펼치면 9년만에 4강 신화를 썼다.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 4강 여자배구

올 여름 김연경(33·중국 상하이)과 황금세대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만든 배구 열풍이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4위) 이후 9년 만에 도쿄에서 4강 신화를 만들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해 1976년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메달을 얻으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여자배구팀의 투혼에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전력만으로 보면, 한국은 8강 진출도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매 경기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4강에 올랐다.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경 김희진 김수지(이상 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등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김연경과 김수지 양효진 등 고참은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황선우 김제덕 신유빈… 10대 돌풍

지난 8월 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8강 한국 대 독일 네 번째 단식에서 신유빈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써 내려가는 황선우(18·서울체고)는 도쿄올림픽 자유형 100ｍ에서 아시아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47초56), 자유형 200ｍ에서 한국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1분44초62)을 새로 썼다. 지난 21일 막을 내린 2021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25ｍ)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자유형 200ｍ 금메달을 비롯해 한국 신기록 4개를 작성하며 세계 수영의 중심에 섰다.

‘천재 고교 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은 도쿄올림픽에서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다. ‘한국 탁구의 미래’ 신유빈(17·대한항공)은 ‘탁구 신동’에서 ‘막내 에이스’로 거듭났다. 여자부 최고 성적으로 대표선발전을 통과해 올림픽 무대에 오른 신유빈은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세계 강호들에 당당히 맞서며 3년 뒤 파리올림픽을 기대하게 했다.

■빙상 심석희 고의충돌 의혹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24·서울시청)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표팀 코치와 동료를 험담하고, 최민정(23·성남시청)과 고의 충돌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심석희에게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최근 징역 13년 형을 받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법정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의견서에는 심석희가 평창 올림픽 당시 조항민 국가대표 코치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담겼고, 여기에 최민정을 고의로 넘어뜨리겠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도 포함돼 있었다. 또 코치진, 동료 선수들을 향한 욕설과 이들의 대화를 불법으로 녹음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빙상연맹은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를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코치와 동료 험담에 대해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심석희는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졌다.

지난달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kt wiz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kt, 창단 첫 통합 우승

프로야구 제10구단 kt wiz는 2013년 창단 후 8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초에는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지만, 강력한 마운드를 앞세워 정상의 감격을 누렸다.

고영표 데스파이네 쿠에바스 배제성 소형준 등 5명의 선발 투수는 정규시즌에서 49승을 합작하며 팀을 이끌었다.

kt는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동률을 이뤄 KBO리그 최초의 1위 순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을 치르기도 했다.

KBO리그 정규시즌 MVP는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받았다. 그는 1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KBO리그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신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225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고(故) 최동원이 198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세운 전설의 기록 223탈삼진을 넘어섰다.

지난달 16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이라크전에서 손흥민이 A매치 30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손흥민, 역대급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은 지난 5월까지 이어진 2020-2021시즌 정규리그 37경기에서 17골을 터뜨렸다. 2016-2017시즌의 14골을 뛰어넘었다.

정규리그에서 도움도 10개나 올렸는데, 골과 도움 모두 그 시즌 EPL 4위에 해당할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보였다. 여기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골 1도움, 유로파리그 예선 1골 2도움, 리그컵 1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도움을 작성, 2020-2021시즌 공식전 전체 22골 17도움을 남겼다. 손흥민의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다.

손흥민은 지난 8월 개막한 2021-2022시즌 EPL에서 7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 등 시즌 공식전 전체 공격포인트는 11개(8골 3도움)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