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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구단-지역 상생 리스타트 <5> 상생 성공하니 지역 명물로

홈구장 비시즌엔 관광·공연장 변신… MLB, 마케팅 극대화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1-11-02 19:35:2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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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츠 홈구장 ‘시티필드’

- 접근성 높고 넓은 주차장 이점
- 매카트니·비욘세 등 스타 선호
- 팬 그룹 ‘7라인 아미’도 즐길 거리

#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

- MLB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
- 볼파크 투어 하루 1000명 몰려
- 리모델링으로 100년 역사 지켜

스포츠 마케팅 최고 선진국인 미국에서 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에 그치지 않는다. 최신식 구장은 최고의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장으로, 100년이 넘은 구장은 지역 관광명소로 활용된다. 2028년 건립 예정인 새 사직구장은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구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명권 팔아 건립비 보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 앞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경기가 아닌 구장을 관람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매일 8회차로 운영되는 이 투어 프로그램에는 회당 100명이 훌쩍 넘는 이들이 참여한다. 권용휘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는 2009년 건립된 신구장을 십분 활용해 스포츠마케팅을 벌인다. 구장 이름은 뉴욕과도 메츠와도 상관없는 시티필드(Citi Field). 뉴욕시가 2012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기금을 축적했으나 개최가 무산되자 뉴욕 양키스와 메츠에 신구장을 지어주기로 했다. 양키스는 건립비의 절반을 부담했지만, 그보다 재정이 열악했던 메츠는 금융기업인 시티그룹에 20년 동안 구장 명명권을 팔았다. 이 덕에 총건립비 10억 달러(1조2000억 원)의 40%인 4억 달러(4800억 원)를 충당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구장으로만 활용되지 않는다. ‘볼파크 투어’를 운영함과 동시에 비시즌에는 4만1000명을 수용하는 콘서트장으로 변신한다. 뉴욕 어디에서든 접근이 편한 입지와 인근의 넓은 주차장 때문에 폴 매카트니, 빌리 조엘,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특급스타들의 공연장으로 활용했다. 2018년에는 방탄소년단이 K팝 가수로는 처음으로 공연해 지금은 특급 공연장이 됐다.

메츠의 최고 자산은 광적인 팬 그룹, 우리로 치면 응원단 ‘7라인 아미(7 Line Army)’다. 응원단은 메츠를 주제로 한 의류를 만드는 소규모 회사에서 시작했다. 7라인은 7번 노선으로 시티필드 근처에서 멈추는 뉴욕 지하철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이 소규모 의류회사가 만든 옷을 팬들이 입기 시작했고 더불어 새로운 응원문화를 만들었다. 경기가 아닌 이들의 응원문화를 즐기기 위해 구장을 찾는 팬이 꽤 많다. 아미들은 오렌지색 응원티셔츠를 입고 주황색 응원 막대를 두들기며 응원한다. ‘썬더스틱’이라고 불리는 응원막대를 이용해 경기장 내에서 박수를 유도하는 음악이 나오면 박자에 맞춰 두드린다. 메츠 투수가 삼진아웃을 잡으면 오른팔을 뻗고 손과 팔을 마구 흔들며 “Hee~”라고 길게 외친 후 “Struck! Him! Out!”이라고 외치며 한 단어를 말할 때마다 팔을 직각으로 구부린 후 올렸다가 빠르게 뻗는 응원 동작 등이 있다. 미국에서 흔치 않은 모습이다. 이들은 경기장 근처 맥줏집에서도 같은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가지 못한 팬들과 함께 응원전을 벌인다.

여러모로 2008~201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며 사직구장을 들썩이게 했던 ‘갈매기 응원단’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부산 갈매기들과 봉지를 머리에 두르고 ‘떼창’을 부르는 응원문화를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팬이 많았다. 당시 롯데호텔부산과 롯데 구단이 수도권 팬을 대상으로 야구도 보고 부산에서 1박을 하는 관광상품을 내놓았는데 동이 날 정도였다.

부산 출신인 뉴욕 시민 ‘7라인 아미’ 이동엽(39) 씨는 “최고 인기구단인 뉴욕 양키스에 밀리면 안 된다는 의식이 있어서인지 팬들이 꽤 광적이다. 로이스터 감독 때 경험했던 사직구장 풍경과 꽤 비슷하다”며 “어쩌면 부산이 먼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부산 갈매기들이 흩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지역 최고 관광명소 된 펜웨이파크

뉴욕 메츠 홈구장인 시티필드 전경.
보스턴 레드삭스는 100년도 넘은 펜웨이파크를 활용한다. 이 구장은 보스턴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구단은 경기가 열리는 날이나 열리지 않는 날이나 관광상품인 볼파크 투어를 운영하는데, 한국 돈으로 3만 원이 넘는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참여하는 관광객이 하루 1000명에 달한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오전에 찾은 구장은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이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대다수는 구장을 관람하러 온 관광객이었다. 홈팀인 레드삭스의 팬은 극소수였다. 마이애미에서 왔다고 하는 스티브 크리거(52) 씨는 “레드삭스 팬이 아닌 것은 물론 야구도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 얼마 안 남은 클래식 구장이고 보스턴에 오면 반드시 봐야 하는 구장이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MLB에서 가장 오래된 펜웨이파크는 1912년 개장했다. 당시에는 볼품없이 지어졌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더할 건 더하고 뺄 것은 빼면서 3만7000석 규모의 구장으로 성장했다. 현대식 구장과 비교하면 낡고 좁고 불편하지만 초창기 야구장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박물관과도 같았다. 구장 곳곳에는 클래식 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으로 가득하다. 이 구장의 메인 스코어보드는 수동으로 한 점씩 점수가 날 때마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숫자를 바꿔 옛 풍경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구장 메인 광고판인 ‘샘 아담스(Sam Admas)’ 표지판 밑에는 구단의 전설이 된 테드 윌리엄스, 조 크로닌, 바비 도어, 칼 야스트렘스키 의 등번호가 적혀 있었다.

좌익수 뒤쪽에 설치된 11m 높이의 펜스 그린 몬스터 (Green Monster)는 이 구장 최고 인기 스타다. 펜스가 녹색으로 칠해졌고, 높이가 괴물같이 높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 벽을 인형으로 형상화한 월리 더 그린 몬스터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공식 마스코트. 지난달 5일(현지시각) 이곳에서 열린 MLB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장칼로 스탠턴이 때린 홈런성 타구를 막아 수비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구장도 한때 재건축 붐이 일었다. 1990년대 중반 MLB에 신축구장 바람이 불었을 때 구단과 보스턴 시 정부는 구장을 새로 짓는 ‘뉴 펜웨이파크’ 프로젝트를 계획해 1999년 5월 15일 신축구장 계획안을 발표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서는 더 쓰기 어려웠고, 리모델링하기에는 턱없이 돈이 많이 들었다. 환호하는 목소리가 나올 듯했지만 팬들의 반발이 상당했다. 삼대가 함께 다닌 추억이 깃든 구장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강했다.

2002년 구단주로 부임한 존 헨리는 이런 목소리를 받아들였다. 신축비용에 준하는 3억 달러(3600억 원)를 들여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다. 불편하고 낡아 악명이 높았던 좌석을 교체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하는가 하면, 구장의 상징인 그린몬스터 위에 관중석을 새로 설치했다. 2012년에는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국립사적지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유지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공사를 하거나 구조상 변경을 할 경우 감독관청인 매사추세츠주 역사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돼 시설을 변경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을 것으로 걱정됐다. 하지만 지난 9년간 별다른 규제는 없었다. 구단은 계속해서 원형을 지키는 선에서 계속해서 조금씩 현대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5년부터는 3루 쪽 관중석 뒤 건물 옥상에 펜웨이 농장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약 465㎡ 규모로 조성된 이 농장에서는 매년 허브 토마토 감자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등 채소가 재배된다.

구장 한쪽에는 ‘리노베이션은 계속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현재는 메인 광고판 크기를 배 가까이 확장하는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담당 조지 보고지안 씨는 “펜웨이파크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필요에 따라 조금씩 형태를 바꿔가면서 구장에 이야기가 스며들었고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펜웨이파크는 앞으로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야구장도 펜웨이파크와 사정이 비슷하다. 구덕구장은 1920년 조그만 동물원을 곁에 둔 넓은 빈터에서 시작해 1984년 ‘무쇠팔’ 최동원이 신화를 써 내려갔고, 사직구장은 1985년 신축 개장돼 부산 갈매기들이 떼창을 불렀다. 구덕구장은 철거됐고, 사직구장은 허물어져 새 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틀을 유지하되 대대적으로 내부 시설을 현대화해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사직구장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펀웨이파크에서 얻는다.

미국 뉴욕·보스턴=권용휘 기자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획취재지원사업으로 작성됐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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