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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구단-지역 상생 리스타트 <1> 멀어지는 프로구단과 지자체

구단 마케팅 수도권 집중에…유망주마저 ‘탈부산’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1-10-05 21:31:0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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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팬·구장 기반 성장했던 구단들
- 수도권 집중에 지역 마케팅 소홀
- 야구 1차지명 폐지… 탈부산 가속

- 시설·장비 등 서울 인프라도 훌륭
- 유망주들 떠날 수 밖에 없는 구조
- 지자체 이제라도 적극 지원 필요

서울공화국은 지역 연고지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 스포츠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프로구단은 지역에 연고지를 두면서도 점점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프로 구단의 ‘탈지역’은 kt 농구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지난 6월 프로농구연맹(KBL) KT 농구단이 사용하던 사직실내체육관. 국제신문 DB
■구단-지자체 각자 ‘마이웨이’

한국 프로스포츠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에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프로 구단과 지자체는 꽤 든든하고 믿을 만한 파트너였다. 구단은 연고지가 제공한 구장과 열렬한 홈 팬, 그리고 선수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자체는 머리를 짜낼 필요 없이 시민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특히 일주일에 6일씩이나 경기가 이어지고, 3시간 넘게 때로는 4시간을 즐길 수 있는 야구는 스포츠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일일연속극 같은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런 상생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40년 동안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하기 시작했고, 각 프로 구단은 서울만 바라보게 됐다. 지자체 입장에도 프로 구단이 마련한 즐길 거리가 예전만큼 소중하지 않다. 그사이 각 지역은 각종 축제나 테마 거리와 공간 등을 마련했고, 시민도 예전처럼 스포츠에 열광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kt 농구단이 부산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사건은 이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kt는 비용 절감과 동시에 더 적극적인 수도권 마케팅을 원했고, 부산시도 비인기 스포츠로 전락해 가는 농구단을 잡을 필요를 못 느꼈다.

프로구단의 ‘탈지역’ 현상은 이어졌다. 한국프로야구(KBO)는 신인 1차지명 제도를 없앴다. 각 구단은 그동안 연고지에서 구장·팬·선수를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이번 1차지명 폐지는 이 세 가지 중 선수 독점은 완전히, 팬 독점은 일부를 포기한 셈이다. 각 지역 구단은 1차지명 폐지 찬반이나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 구단이 수도권에서 성장한 유망주를 우선 지명해 이 선수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시키는 편이 인구가 몰린 수도권 마케팅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구단 떠나고, 야구단은 몸만 부산에

1차지명은 프로 입단을 꿈꾸는 지역 아마추어 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억대 계약금을 보장받고, 미디어에 더 많이 알려질 뿐만 아니라 다른 신인들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지명을 통해 입단한 선수들이 간판스타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롯데 레전드’ 최동원·염종석·박정태·손민한은 모두 1차지명 출신이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차세대 거포’ 한동희, 그리고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최준용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마저 사라지면 안 그래도 수도권과 비교됐던 지역 중고교 아마추어야구는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된다. 롯데 팬인 학생야구선수를 둔 학부모나 부산지역 고교에 입학시킬 마지막 이유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역의 고교 야구지도자는 이미 중학생 유망주를 뽑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 고교 야구지도자는 5일 “연고지 구단이라고 해도 고교 야구팀에 방망이나 공 등 남는 장비를 주는 선에서 그쳤다”며 “그래도 롯데 1차지명을 목표로 좋은 선수가 들어와서 열심히 훈련했고, 학부모들도 기꺼이 선수를 맡겼는데 이런 동기 부여마저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중학생 야구선수를 둔 김원일(41) 씨도 “아내가 서울로 야구 유학을 보내자고 했지만, 우리 아들이 롯데 1차지명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 부산에 남기고 싶었다”며 “1차 지명이 정말로 사라진 지금은 아내의 제안을 거절할 명분 혹은 핑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야도 부산’ 유망주 서울행

취재 결과 어린 선수를 육성시키는 환경을 보면 서울과 야구도시 부산은 천양지차다. 서울 쪽 학교는 성공한 동문이 많고 지원금도 상대적으로 후하다. 야구부도 지역보다 훌륭한 시설과 장비를 갖출 수 있고, 지도자에게도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더 좋은 감독을 데려올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은퇴 선수들이 마련한 아카데미에서 각종 족집게 과외를 받는데, 이런 곳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온라인에 ‘야구 아카데미’ 혹은 ‘야구 레슨’으로 검색해봐도 서울과 ‘야구도시’ 부산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은퇴 선수가 운영하는 곳이 수십 곳에 달했지만, 부산에서는 많지 않았다. MBC 스포츠플러스 허구연 해설위원은 “좋은 유망주들이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 1차지명을 없앨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지자체가 나서서 학생 야구를 지원해야지 이대로 둔다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자체 지원이 효과를 거두면 인재가 지역으로 모이고 다시 1차지명이 부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차지명이 사라지면 아쉬운 건 이른바 ‘롯데 찐팬’이다. 본지에 스포츠에세이는 물론 야구와 관련한 시와 수필을 써온 김요아킴 시인은 “팬 입장으로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같은 리그에 있다면 전력 보강은 자유계약선수와 외국인 선수로 충분히 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안 그래도 롯데 구단과 팬, 그리고 지역 선수 간의 관계가 계속 끊어지고 있다. 코치진에도 기라성 같던 롯데 선수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 혹은 구단이 팬들을 대하는 자세가 점차 소홀해지는 것 같다. 정통성이나 진정성보다는 실리만 챙기다 보니 팬들이 요즘 롯데 야구에 공감을 못 한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획취재지원사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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