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 출신 父, 한국과 인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뽑는 남자 육상 100ｍ는 늘 올림픽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 관심도가 훨씬 더했다. 올림픽 100ｍ 첫 3연패에 빛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은퇴)의 후계자를 가리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대관식에 대이변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이탈리아 마르셀 제이컵스(27)였다.

	지난 1일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ｍ 우승 뒤 이탈리아 국기를 들고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는 마르셀 제이컵스. EPA 연합뉴스

제이컵스는 지난 1일 밤 일본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ｍ 결선에서 9초80으로 우승했다. 올림픽 전까지 개인 최고 기록이 9초95여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주목도가 낮았던 그는 이번 대회 결선에서 자신의 기록을 무려 0.15초나 단축하는 기적의 레이스를 펼치며 ‘포스트 볼트 시대’ 금메달을 따냈다. 생애 첫 올림픽 결선에서 제이컵스는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이탈리아 신기록, 나아가 유럽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탈리아 선수가 올림픽 육상 100ｍ에서 메달을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유럽 선수가 올림픽 100ｍ에서 우승한 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크리스티 린퍼드(영국) 이후 29년 만이다. 제이컵스는 아버지가 주한 미군 출신이어서 한국과도 인연도 깊다.

이날 남자 100ｍ 결선에서 2위는 9초84의 프레드 컬리(미국), 3위는 9초89의 안드레이 더그래스(캐나다)가 차지했다. 준결선에서 9초83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결선에 오른 쑤빙톈(중국)은 9초98로 6위를 기록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