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한국 양궁 남자 단체전 경기는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의 패기 속에 ‘형님’ 오진혁(40·현대제철)과 김우진(29·청주시청)의 관록이 돋보인 무대였다. 2번 궁사로 나선 김제덕은 앞뒤를 든든히 지켜준 형님들 덕분에 마음껏 활을 쐈고, 대표팀 마지막 사수로 나선 ‘캡틴’ 오진혁은 승부처마다 10점을 쏘며 후배들을 뒷받침했다. 완벽한 신구조화였다.

오진혁과 김우진은 훈련 기간 내내 서로의 자세를 체크해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막내 김제덕은 맏형 오진혁과 23살, 김우진과는 12살이나 차이가 난다. 김제덕은 삼촌뻘인 ‘형님들’이 워낙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에 대표팀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오진혁은 극심한 부상과 고통을 견디며 제역할을 다했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이듬해 오른쪽 어깨 근육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오진혁은 진통제 주사를 맞으며 견뎠다. 현재 그는 어깨를 감싸는 근육인 회전근 3개가 끊어진 심각한 상태다. 근육 주사를 맞아야 대회를 소화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주사를 맞으며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일궜다.

김제덕도 어머니 없이 뇌줄중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양궁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미 2관왕을 이뤄 찡한 감동을 준다. 동고동락하며 단체전 2연패를 합작한 대표팀 3인방은 27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남자 개인전에서 적으로 만난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