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경기에서 이대훈이 연장 승부 끝에 우즈베키스탄의 라시토프에게 패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만 재미없는 건 아니지?’

　2020 도쿄올림픽 ‘전통적 메달밭’인 유도와 태권도 경기를 보는 많은 시청자가 ‘심심해졌다’고 느낀다. 바뀐 룰 탓일 가능성이 크다.

　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종전까지 적용하던 ‘유효’를 없앴다. 한판-절반-유효 순의 점수제를 폐지하고, 한판과 절반만 인정한다. 절반이나 한판 같은 화끈한 공격 대신 잔기술로 유효 점수를 얻어 승부를 가르는 일이 잦아졌다고 판단, 아예 유효를 삭제한 것이다. 절반이나 한판 같은 큰 기술이 강한 개최국 일본에 유리한 룰 개정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전통적으로 큰 기술보다는 잔기술에 강한 한국 대표팀에겐 다소 불리하다.

　또한 남자부 경기시간이 여자부와 같이 4분으로 1분 줄어 연장전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져 ‘체력싸움’이 됐다. 유도 경량급 간판인 김원진(29·안산시청)은 지난 24일 총 4경기 중 3경기나 연장전을 뛰는 바람에 체력 소모가 심했고, 결국 마지막 경기인 동메달결정전에서 지도(반칙)패해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연장전 역시 종전 시간제가 아닌 먼저 점수를 내면 이기고 반칙 3개가 쌓이면 지는 ‘골든 스코어’ 방식으로 바뀌었다.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도 ‘노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 규칙은 종전 몸통 공격에 1점을 주는 것에서, 몸통 주먹 공격은 그대로 1점, 몸통 발차기 공격은 2점을 주는 것으로 일부 변경됐다. 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전자호구 센서로 점수를 가리는 방식 탓인지 타격이 아닌 터치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지난 25일 남자 68㎏급 간판 이대훈(29·대전시청)이 충격패한 16강전에서 이러한 논란은 더 거세게 일었다. 정규시간 내 승부를 내지 못한 이대훈과 상대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는 골든 포인트제 연장에 들어갔는데, 상대 왼발에 먼저 몸통을 맞아 2실점하고 패했다. 타격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터치가 늦었다고 패하자 ‘발 펜싱’이냐는 조롱이 줄을 잇는다. 예전처럼 심판 채점제로 회귀해야 태권도 본연의 박진감 넘치는 공격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자호구 시스템은 심판이 직접 채점하는 과정에서 판정 시비가 계속되자 2009년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부터 도입됐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