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구단 침묵 모드 논란 키워
- KBO, 박석민 등 상벌위 회부
- 선수협 ‘방역수칙 위반’ 사과

방역당국이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을 들여 술판을 벌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선수들을 “허위진술로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리그 중단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방역수칙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해당 선수들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한다.

NC 구단이 일주일 전 올린 유튜브 영상물. 원정 숙소에서 술판을 벌여 코로나19에 확진된 이명기(왼쪽 사진)와 권희동이 영상 속에선 ‘원정 숙소에서 뭐 해요?’ 질문에 “힘들어 뭘 할 수가 없다. 코로나도 있고” “잠잔다”고 답해 팬들의 조롱을 샀다. 연합뉴스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등 NC 선수 4명이 지난 5일 밤 서울 원정 숙소에서 외부 여성 2명과 함께 술을 나눠 마시는 사적 모임을 가졌고, 백신을 맞은 박민우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이 모두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 사태와 관련,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과 외부 지인이 1차 역학조사 단계에서 이 모임 자체를 누락했다”며 “(NC 선수와 외부인의) 모임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12, 13일 이틀 동안 2차 심층 역학조사를 한 결과 총 6명이 호텔 방에서 맥주를 마시는 등 모임을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애초 NC 선수들이 ‘방역지침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이들을 ‘방역수칙과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확진자’로 정정했다. 강남구는 “(이 같은) 초기 혼선은 NC 선수들이 1차 진술에서 사적 만남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역학조사를 방해한 NC 확진자 3명과 술자리를 함께한 외부인 2명 등 총 5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NC 선수 4명, 이들과 사적 모임을 한 일반인 2명은 강남구 금천구 등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초기 역학조사에서 NC 선수들은 일반인 2명을, 일반인 2명은 NC 선수 4명의 존재를 감추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적 모임을 진술하지 않아 이들 간 접점을 찾기 힘들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이 같은 조처에 대해 박석민은 “여러 곳에서 역학조사 질문이 있어 당황했지만 묻는 내용에 사실대로 답했다”고 했다. 술자리를 함께했지만 확진은 피한 박민우도 “역학조사 동안 모든 질문에 거짓 없이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KBO는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여 리그 중단 사태를 야기한 NC 선수 4명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16일 오전 비공개로 연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보면 이들을 징계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지만,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를 근거로 이들을 징계할 수 있다. 파문을 일으킨 선수는 물론 구단 역시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벌금 얼마에 그치는 안일한 처벌이 아닌 몰수패,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 등 강력한 제재가 없다면 느슨한 선수 관리로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의기의식이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 행위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했고, 그로 인해 리그가 중단돼 다른 팀은 물론 야구팬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지만 NC 구단 측은 달랑 사과문만 올렸을 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지겠다”며 사실상 침묵하는 모양새를 취해 팬들의 반감을 더 키우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주장은 힘을 받는다.

한편 NC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과 관련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이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선수협은 “방역에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해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지친 국민과 팬들에게 위로를 드려야 할 책임이 있는 프로스포츠 선수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치고 실망을 드린 점 너무나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협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단 내부에서도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대한 더욱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선수협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해서 안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협회장이 문제의 NC 구단 소속 양의지여서 성난 팬심에 기름을 부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