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최근 디지털경제실과 산학창업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담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박형준 시장의 첫 조직 개편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립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경제 분야 조직에 ‘디지털 DNA’를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국제신문 5월 27일 자 3면을 보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에 정책의 무게를 싣기 위해서 일자리경제실을 디지털경제실로 전환한다”는 설명이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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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5월 27일 자 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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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플랫폼이 일상생활 속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한층 빨라지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가 세계사를 ‘비포(Before) 코로나 시대’와 ‘애프터(After) 코로나 시대’로 나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조직 개편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변화된 시대 상황에 적응하려면 ‘디지털 DNA’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및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가 쓴 『포노 사피엔스』(쌤앤파커스), 『체인지 나인(CHANGE 9)』(쌤앤파커스)을 보면 디지털 DNA에 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이 신체 일부
최 교수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 오프라인 중심의 기성세대와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세대’ 간 갈등이 팽팽했다고 합니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를 말합니다. 스마트폰은 신인류에게 인공장기 역할을 합니다. 최 교수는 “스마트폰은 24시간 신체에 붙어 있으면서 사람의 생각과 습관, 행동 양식을 바꾼다”며 “간 밑에, 쓸개 밑에 스마트폰, ‘5장 6부’가 아닌 ‘5장 7부의 새로운 인류가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용어는 2015년 3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획기사 ‘스마트폰의 행성(Planet of the phones)’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포노 사피엔스는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전 세계 73억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50억 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은 물론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포노 사피엔스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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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사피엔스, 체인지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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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의 아홉 가지 코드
최 교수는 『CHANGE 9』에서 포노 사피엔스가 가진 생각의 기준을 9개 키워드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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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 사피엔스 9개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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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1 메타인지-아는 것과 모른 것을 알면 한계가 사라진다
포노 사피엔스는 내가 알고 있는 데 대한 정의부터 달라집니다. ‘검색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은 나를 다른 존재로 정의하게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지식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학습 능력은 폭발적으로 향상됩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학원에서 정해진 내용을 배우고 외우는 기존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찾아 학습하기’. ‘검색해서 알아내기’라는 새로운 학습 방식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드2 이매지네이션-생각의 크기가 현실의 크기를 만든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메타인지에서 출발하는데 그라운드가 달라지니 상상력도 크게 달라집니다. 달라진 상상력으로 다른 세상을 창조합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졌습니다. 인재의 조건은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수행해봤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성적이나 학벌보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실무 중심의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합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은 역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프로젝트 기반의 수업을 늘리고 있습니다.
코드3 휴머니티-자기 존중감은 모든 사람의 권리다
SNS라는 새로운 네트워킹의 공간은 오프라인 세상보다 훨씬 감성에 대한 배려가 중시되는 공간입니다. 카톡이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이모티콘 하나로 천 냥을 갚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반대로 정부 고위 관계자나 정치인, 연예인 같은 공인이 실언하면 SNS를 타고 곤욕을 치릅니다. 휴머니티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코드4 다양성-다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대중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나 매일 자신이 선택한 플랫폼에 모여 공유하며 생각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은 화낼 일이 아니라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그만큼 개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영상 콘텐츠도 마찬가지인데 넷플릭스에서 만든 조선 시대 좀비 영화 ‘킹덤’은 무려 190여 국가에서 선택을 받아 열광적 팬덤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난해 3월 시즌 2를 개봉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한글로 만든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처음으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코드5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모든 부는 디지털 공간으로 모인다
인류의 기본 생활 공간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표준 생활이 바뀌고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의 기준 역시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올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기술의 관점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변화에 맞춰 바라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류 전체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드6 회복 탄력성-냉정한 낙관주의자의 길을 간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입니다. 인류의 표준이 바뀌면 실패 후 재기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도 달라집니다. 문명이 교체되는 시기에는 일자리도 달라지고 능력의 잣대도 달라집니다. 새로운 직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실패를 극복할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100년이 지나도 안전할 거 같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어려움 속에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이 시대 더욱 중요한 일은 어떠한 고난과 실패도 이겨낼 힘인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겁니다.
코드7 실력-데이터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증명한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학벌도, 혈연도, 지연도 아닌 실력입니다. 모든 권력이 소비자의 손끝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인기 유튜버가 지상파 방송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유튜브의 경우 플랫폼이 권력이 아니라 고객의 자발적 선택이 권력이 됩니다. 이는 자본 권력 시대에서 소비자 권력 시대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드8 팬덤-가장 큰 권력의 지지를 받다
이 시대 소비자가 스스로 만드는 자발적 팬덤은 막강한 권력이 됩니다. ARMY가 BTS(방탄소년단)를 만들어냈듯이 자본이 아니라 팬덤이 권력이 되는 시대, 기술이 아니라 팬덤을 만드는 기술이 새로운 가치의 기준이 되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끼리끼리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즐기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퍼뜨립니다.
코드9 진정성-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진정성은 ‘내가 정의하는 나의 모습’을 말합니다. 그 진정성에 공감하는 사람의 숫자가 구독자 수가 되고 좋아요 수가 되는 겁니다. 숫자를 높이기 위해 나의 진정성에 위배되는 자극과 가식을 보태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싶습니다. 하지만 가식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그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기 시작합니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비밀이 없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모든 관계에서 진정성이 필수적입니다. 개인 간 관계도, 직장 내 인간관계도,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도, 유튜버와 구독자의 관계도 모두 진정성이 생명입니다.
저자가 포노 사피엔스의 9개 코드를 설명하면서 던진 메시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디지털 기술이 아닙니다.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판 위에서 움직이는 소비행동의 변화와 새로운 질서입니다. 거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내 마음의 표준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297쪽) letitb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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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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