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이대호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SG 구단주님께서 롯데를 라이벌 구도로 만드시는데 생각하는 대로 다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포츠는 붙어봐야 압니다. 구단주께서 야구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3일 SSG랜더스와 개막전을 앞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에서 롯데를 겨냥해 “그들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다”라고 과감한 선전 포고를 한 것이 화두에 오르자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롯데와 SSG 랜더스의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2021 정규시즌 개막전이 예고됐지만, 비로 취소됐다. 이대호는 “아침에 설레었다. 그런데 아침에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설렘이 풀렸다”고 했다.

　2001년 롯데 입단한 이대호는 입단 이듬해에 태어난 김진욱 나승엽 등이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나이를 실감하는 눈치다. 그는 “어린 후배들을 보면 사실 귀엽다. 내 딸이 열 살이다. 나와 스무 살 차이 나는 후배가 내 딸과는 열 살 차이가 난다”며 “입단할 때는 선배들이 무서워서 눈도 못 마주쳤다. 우리 후배들은 선배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야 팬들도 좋아하시고, 한국 야구도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경기에 홈런 2개를 치면 기뻐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내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가 더 절실하다. 이제는 팀에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기뻐해야 할 나이다. 더 좋은 후배가 경기에 출전하고, 내가 벤치에 앉아 있어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그렇지만 ‘1982년생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며 욕심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가 한국에 와서 뛰어 기쁘다. 신수가 좋은 성적을 냈으면 정말 좋겠다”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김강민, 정상호(이상 SSG) 등 우리 1982년생 친구들이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다. 준비된 선수가 더 잘한다’는 걸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일 경기를 시작으로 롯데 선수들은 올해 정규리그만 144경기를 뛰어야 한다.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지기도 전에 다음 경기에 임해야 해 일명 ‘멘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대호는 “못 하고 있을 때 격려하는 말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 특히 어린선수들은 마음이 여려서 질타하는 말에 큰 상처를 받는다. 올 한해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팬들에게 부탁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