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 ‘즐기는 야구’ 비전 제시
- 쇼핑·공연 염두 돔구장도 언급
- 사직구장은 땜질식 보수 급급
- 市·롯데 새 구장 건립 나서야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 인수로 ‘보는 야구’가 아닌 ‘즐기는 야구’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그렇지만 사직구장에서는 야구만 겨우 볼 수 있어 그 흐름에 따라갈 수 없다. ‘구도’ 부산 야구팬들의 불만도 고조된다.
■“인천엔 돔구장”…‘구도’ 부산은?
2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에 1352억8000만 원을 지불하고 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돔을 비롯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신세계그룹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스타필드 청라’를 건설 중이라 일각에선 이곳에 돔구장이 건립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신세계 관계자는 “돔구장 건립보다는 스포츠와 쇼핑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로 확충하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 향후 필요하다면 돔구장을 새로 짓거나, 문학구장을 증·개축할 수도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고 비전일 뿐”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또 “야구장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야구장에 그룹 내 산재한 유통, 쇼핑,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한데 끌어모아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관중에게는 즐기는 야구를 선사하겠다는 계산이다. 돔구장을 언급한 점도 야구 외에 공연·콘서트·국제행사 등을 치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합한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관련 분야 선진국인 미국 일본 영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모기업인 롯데도 스포테인먼트를 펼칠 수 있지만, 사직야구장은 1985년 10월에 준공돼 40년을 바라보는 곳이라 시설 확충은 꿈도 못 꾸고 화장실 등 기존 시설을 고치기 바쁘다. 비가 오면 더그아웃이 물웅덩이가 되고, 천장에서는 물이 샌다. 건물 곳곳에 바퀴벌레, 쥐가 득실거리고 간혹 전기가 끊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거철이면 새 야구장 건립 혹은 리모델링을 공약을 내걸지만 선거가 끝나면 ‘공수표’가 된다.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한 한 야당 후보는 사직구장을 돔구장으로 만들고 그 일대를 복합 스포츠산업 콤플렉스로 조성하는 공약을 내놨다. 야구계의 자문을 얻어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가 당선됐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스포테인먼트시대, 사직구장으로는 안 돼”
현재 사직구장을 증·개축하거나 재건축한다 해도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공사가 5~7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기간 프로야구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대체 구장이 부산에는 없다. 사직구장 근처에 있는 축구장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바꾸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다. 프로축구단 부산 아이파크는 구덕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수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나 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려면 ‘아시아드주경기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폴란드를 상대로 첫 승을 기록한 성지여서 (축구경기장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축구계를 설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문제는 남는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은 공약을 발표하는 데만 그치고, 부산시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새 구장 건립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부산 야구팬들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야구장에서 경기를 즐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야구장을 구단 소유가 아닌 공공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직구장을 언제까지나 저대로 둘 수 없다. 야구장을 야구 경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복합 문화체육시설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스포츠산업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를 시작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부산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이언츠는 단순히 롯데그룹 소속 계열사가 아닌 부산시민의 정신적 자산이다. 정치인이 나서서 각종 갈등을 해결해 나가야 하고, 부산시와 구단도 새 구장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