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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떠나는 이동국 “몸보다 정신 약해져 결심”

기자회견서 은퇴 배경 밝혀…최고의 골은 “독일전 발리슛”, 월드컵 불운은 최악의 순간

  • 국제신문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0-10-28 20:05:0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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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축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 현대)이 몸보다 정신적으로 약해진 자신의 모습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 이동국 선수가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울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이 부상 때문에 그만둔다고 짐작하시겠지만 몸 상태는 아주 좋다”면서 “다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 무릎 부상으로 조급해하는 저 자신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며 “몸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약해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38년 K리그 역사상 ‘최고’라고 불릴 만한 활약을 펼쳤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광주 상무, 성남 일화를 거쳐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해 리그 역대 최다인 228골-77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도 굵은 족적을 남겼다. 1998년 처음 발탁된 뒤 1998년(프랑스)과 2010년(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105회(역대 10위)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넣었다.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였던 만큼 많은 득점과 함께 기억에 남는 골도 다수 만들어냈다. 축구 인생 최고의 골을 꼽아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독일과 평가전에서 넣은 발리슛 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발이 공에 맞는 순간의 임팩트, 그 찰나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대답했다.

이동국은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도 꼽았다. 그는 “포항에서 첫 프로 유니폼을 입었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첫 우승컵을 들었을 때도 최고의 순간으로 꼽을 수 있다.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2002년 한일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등 두 차례에 걸친 ‘월드컵 불운’은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그 덕에 오래 운동할 수 있어 한편으론 ‘보약’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외면받아 한국축구 역사상 최대 잔치였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지켜만 봐야 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을 앞두고는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달렸고, 결국 누구보다 오래, 행복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가 됐다. 이동국은 “좌절했을 때 나보다 더 큰 좌절을 겪고 있을 사람을 떠올리며, 그보다는 행복하지 않으냐는 생각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그는 “30년 넘게 ‘축구선수 이동국’과 함께하신 아빠도 은퇴하신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가슴이 찡했다”고 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동국의 소속팀인 전북은 주말인 내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 FC와 K리그1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전북의 통산 8번째 우승을 확정할지도 모를 이 경기가 이동국의 마지막 경기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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