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 결과 따라 강력 대응 경고
1896년 제1회 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역사를 같이해온 역도가 올림픽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고질적인 도핑 테스트 기피와 국제역도연맹(IWF) 수뇌부의 횡령 등 부패 의혹이 짙어지면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11일(한국시간) 화상으로 집행위원회를 연 뒤 “최근 IWF의 횡령, 도핑테스트 기피 등에 관한 보고서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역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캐나다 법률학 교수이자 도핑 규정 전문가 리처드 맥라렌이 이끄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IWF의 부정 의혹을 조사 중이다.
부패의 축은 타마스 아얀 전 IWF 회장이다. 아얀 전 회장은 IOC가 IWF에 전달한 올림픽 중계권료 등을 스위스 개인 계좌로 받는 등 횡령 의혹을 받는다. IWF의 부정 의혹을 조사하는 독립위원회는 “IWF가 1040만 달러의 회계를 누락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얀 전 회장은 “2013년 아제르바이잔 선수 12명이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는 걸 알면서도 국제대회 출전을 눈감아 주고, 태국 역도선수들의 금지 약물복용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얀 전 회장은 1976년 사무총장으로 IWF에 입성해 2000년부터 2020년 1월까지 회장으로 장기 집권했다. 애초 그의 임기는 2021년 5월까지였지만,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4월에 사임했다. 그러나 아얀 전 회장은 “모든 의혹은 의혹일 뿐이다. 나는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역도연맹 회장이자 IWF 부회장인 우르줄라 파판드리아가 90일 동안 임시회장으로 연맹을 이끈다. 바흐 위원장은 “IOC는 IWF 새 집행부의 개혁 의지를 지지한다. 도핑 방지 시스템 구축 등 개혁을 해야 역도 종목이 과거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짧은 순간에 힘을 발휘해야 하는 역도는 오래전부터 선수들의 약물 복용이 문제가 돼 왔다. 중국 러시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몰도바 카자흐스탄 터키 우크라이나 이집트 등 여러 국가가 IWF로부터 약물 문제로 ‘국제역도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은 지난달 역도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 출신 선수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2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그동안 지켜온 도핑 청정국 이미지에 흠집이 생겼다. 징계를 받은 두 선수는 모두 체중 감량과 근력 강화 효과가 있는 금지약물과 남성 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약물을 사용했다. 한국역도계는 이로써 2018년 1명, 2019년 1명에 이어 이번에 2명이 적발되면서 2000년대 들어 처음 3년 연속 도핑 방지 규정 위반으로 선수가 처벌받았다. 이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