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받았던 연봉 액수와 화려했던 지난날의 영광은 지웠습니다. 제가 지금 얼마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투수인 송승준(사진)이 인터뷰를 통해 했던 말이다. 과거의 영광은 뒤로한 채 오직 롯데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했다. 등판 횟수도 한 번이 될지 스무 번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100% 소화하겠다는 의지만은 전성기 못지않았다.
지난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2차전 경기에서 송승준은 자신이 왜 롯데에 남아야 했는지를 잘 보여줬다.
이날 롯데는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이 최근 2주 자가격리 기간을 끝내고 팀에 합류한 만큼 대체 투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뚜렷한 선발 투수를 낙점하지 못한 채 불펜 투수들로 경기를 치렀고 송승준은 이날 2.2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기록하며 완벽한 투구 내용 보여줘 자신의 임무를 100% 이상 발휘했다.
사실 송승준은 이날 등판 전까지 매 이닝 실점할 만큼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올 시즌 세 경기 동안 구원 등판만 해온 송승준은 8.1이닝을 던져 홈런 두 방을 얻어맞는 등 평균자책점(ERA)이 4.32로 다소 높았다. 지난 12일 사직 두산전 첫 등판 때 2이닝 2실점을 시작으로 이후 두 경기에서 3.2이닝 동안 2실점 하면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는 0-4로 지고 있는 3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번째 투수 최영환의 뒤를 이었다. 등판하기 무섭게 첫 타자 박동원을 낫아웃 삼진 처리했다. 다음 타자 이지영 때도 땅볼 유도를 했지만 수비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이택근을 땅볼 처리해 키움 흐름을 끊었다. 심지어 다음 두 이닝에서는 탈삼진 세 개를 기록하는 등 연속 삼자범퇴 이닝으로 매조졌다.
그동안 부진했기에 반짝 호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송승준의 팀에 대한 희생은 계속 불타오른다. 이는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불펜투수로서 중요한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32로 리그 평균인 1.45보다 낮다. 규정이닝 수가 모자라 순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이 정도 수치면 팀 내 선발 투수인 댄 스트레일리와 같다. 스트레일리는 WHIP가 1.32로 리그 16위에 올라있다. 일반적으로 WHIP가 1.30 전후면 수준급 에이스로 분류된다. 송승준이 불혹의 나이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은 성적이다.
이날 거인 마운드는 이인복이 1회 초부터 1실점한 것을 시작으로 최영환 3실점, 오현택 2실점, 박시영 1실점, 강동호 5실점 등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부진했다. 9회 등판한 진명호를 제외하면 무실점 투수는 송승준이 유일하다. 이닝 수도 가장 많아 투수 7명 가운데 가장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이날 롯데의 ‘불펜 데이’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지만 송승준의 관록 있는 투구는 잊혔던 ‘송삼봉(3연속 완봉승)’이라는 별명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