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일리 11K 환상 투구에
- 마차도 투런포 터트리며 ‘쐐기’
- 팬들 “올해는 우승 확실” 기대감

- 유니폼·외야석에 “힘내자” 문구
- 전 세계 야구팬에 메시지 전해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거인이 7년 만에 개막 5연승을 질주하자 구도(球都) 부산이 후끈 달아올랐다. TV와 온라인으로 승전보를 확인한 부산 갈매기들은 “꿈이냐 생시냐” “우승 확실하다. 가즈아!” “관중 입장이 허용되면 딕슨 마차도(외국인 타자)의 유니폼을 구입하겠다”는 응원의 글로 온라인 게시판을 도배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승리한 뒤 팔꿈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롯데 자이언츠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호투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4-0으로 완승했다. 12년 만에 개막 2연속 위닝시리즈였다. 스트레일리는 7이닝 동안 탈삼진을 무려 11개 잡아내는 위력투를 뽐내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한국 무대에서 첫 승을 챙겼다.

이날도 운명의 7회에 승부가 갈렸다. SK의 5선발 김태훈이 예상보다 잘 던지면서 7회 초까지 명품 투수전이 전개됐다. 7회 말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손아섭·이대호가 연속 볼넷을 골라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SK의 바뀐 투수 서진용의 폭투를 틈타 무사 2, 3루. 안치홍의 유격수 땅볼로 선취점을 뽑은 롯데는 정훈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이어 후속 타자 딕슨 마차도가 좌측 펜스를 넘기는 투런포를 터트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스트레일리는 최고 구속 150㎞대 빠른 공과 예리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그는 “첫 승리도 기쁘지만 한국 어디에서나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직구뿐 아니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의 제구가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롯데는 개막 전 연습 경기에서 5승 1패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를 기록해 기대를 모았다. 반면 우려도 존재했다. 그동안 시범경기에서 열한 차례나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4·5월 선전하고도 정규시즌 중반부터 부진에 빠져 봄에만 강하다는 의미의 ‘봄데’로 불렸기 때문이다. 야구 커뮤니티와 SNS에는 “올해는 봄데 탈출” “팀 이름만 빼고 모두 바꿨다. 이제는 V3” “질 자신이 없다” “오늘부터 끊었던 야구 다시 본다”와 같은 기대감 섞인 글이 넘쳤다.

롯데 구단도 많은 신경을 썼다. 코로나19 여파로 홈 개막 시리즈가 열리는데도 야구장을 찾지 못하는 팬을 위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 시즌 KBO 리그가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통해 생중계되는 것을 고려해 외야석 공간에는 ‘We’re with you(우린 함께 있어)’를 새긴 펼침막을 걸었다. 선수단 헬멧에는 ‘Stay strong(힘내자)’ 문구를 부착했다. 팬 500명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붉은색 유니폼도 외야석에 전시했다. 지난 8일 홈 개막전에선 ‘온라인 응원단’을 진행하기도 했다. 유니폼에는 ‘모두가 챔피언’이란 문구가 적힌 패치를 부착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야구장에서 팬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연승 기록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비시즌 착실히 준비한 대로, 팀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는 모습이 무척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