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단장 취임 후 우려 떨치고
- 허 감독 선임·파격 FA로 주목
- 데이터야구 중심 개혁 기대감

지난 5일 롯데 자이언츠의 역전승은 4년 만의 개막전 승리라는 기쁨도 컸지만 성민규 단장의 부임 첫 승과 허문회 감독의 부임 첫 승, 그리고 이석환 대표이사의 부임 첫 승까지 많은 의미가 담긴 승리였다. 특히 롯데의 개혁을 주도하는 성 단장으로서는 이번 승리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이 지난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개막전에서 승리를 앞두고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MBC 스포츠플러스 화면 캡처.

성 단장은 6일 국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단장을 맡았을 때 리그 최연소 단장이라는 타이틀과 일천한 프로야구 경험에 우려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면서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다르게 한국 야구판에 뿌리 깊게 박힌 고정관념과 싸워야 했다. 그동안 불신과 시기가 많았는데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첫 승이라는 결과로 시즌 첫 문을 열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롯데는 지난 시즌 평균 연봉 3억2842만 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종 성적표는 최하위. 롯데는 가장 비싼 선수단 연봉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야구를 한다고 평가받았다. 결국 롯데는 이번 시즌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 첫 시작은 성민규 단장 영입. 롯데가 가을야구 또는 우승을 향해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이다. 무명의 선수 출신에 감독 경험도 없던 허문회 감독을 영입한 건 본격적인 스케치 작업. 성 단장은 “앞으로도 수많은 편견과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고 밝혔다.

성 단장은 선수 영입으로 롯데의 색을 완성시켰다. 자유계약선수(FA) 미아로 1년을 쉰 베테랑 우완 투수 노경은을 품었고 취약 포지션인 포수를 보강하기 위해 지성준을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이게 끝이 아니다. FA 최대어인 2루수 안치홍을 2+2년이라는 파격 제안으로 영입했고 내부 FA인 외야수 전준우와 좌완 투수 고효준을 잔류시켰다.

롯데 팬의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팬은 성 단장에게 ‘프로세성’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프로세성은 성 단장이 추구하는 ‘프로세스 야구’와 성 단장의 성을 접목한 애칭이다. 성 단장은 “이번 시즌 구단의 모든 움직임은 체계적(프로세스)으로 움직인다”며 “선수 한 명을 영입하더라도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스카우터와 전력분석가 등 많은 직원과 회의를 한다. 내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 다 같이 결정하고 그 선택이 잘못됐을 경우 다시 배우고 고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머니볼’의 현실 주인공인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은 일반적인 기록에만 머물던 MLB를 변화시켰다. MLB의 가난한 야구단이던 오클랜드가 플레이오프의 단골손님이 된 데는 편견을 깨고 개혁을 추구한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빈 단장은 출루율,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 등 타격 지표를 상세화한 ‘데이터 야구’로 팀을 강하게 키웠다.

롯데는 이대호와 동갑내기인 성 단장의 지휘 아래 올 시즌 데이터 기반의 선수단 운영을 선언했다. 사실 그동안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MLB식 ‘빅볼’만을 고집했다. 데이터보다는 직감에 우선하다 보니 가을야구에서 번번이 쓴잔을 들이켰다. 올해도 토종 선수 평균 연봉만 보면 롯데가 3억65만 원으로 1위다. 비시즌 성 단장이 추구한 개혁이 빛을 잃지 않도록 멋진 결과물을 냈으면 한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