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 “경기에 집중 어려워”
- 스포원 “시즌 종료 대대적 보수”
“볼을 잡았는데 코트에 물이 떨어져 황당했습니다. 다칠까 봐 무서운 마음이 들더군요. 슛을 쏠 때 손과 발에 많은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미끄러질까 봐 조마조마하다 보니 경기에 집중이 되지 않았어요.”
부산 BNK 썸의 포워드 구슬이 지난 8일 금정구 스포원파크 BNK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KB 스타즈와 경기를 마치고 밝힌 내용이다. 이날 BNK센터에서 눈에 띄는 점은 무관중뿐만 아니라 코트 3점 슛 라인 부근 바닥에 표시된 ‘×’ 자였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지점이니 선수들이 조심하라며 테이프를 붙여놓은 것이다. 경기는 이겼지만 프로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이라고 보기엔 낯부끄러운 모습이다.
9일 BNK 관계자는 “사흘 전 인천 신한은행과 경기를 앞두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지난해 12월에도 한 번씩 떨어지긴 했지만 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경기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물이 떨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들에게 조심하라고 하기 위해 물 떨어지는 곳에 표시해둔 것”이라고 밝혔다. BNK는 신한은행과 경기 전에 물이 떨어지는 곳에 휴지 조각을 깔고 그 주변에 공사용 라바콘을 세워둔 바 있다.
코트가 축축하면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경기 도중 코트에 선수들의 땀이 묻으면 즉시 닦아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이 물기 있는 코트에서 미끄러져 공을 놓칠 수 있고,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지면 시즌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이날 선수들은 경기 전 그곳을 피해서 슛 연습을 했다.
이날 ‘×’로 표시된 지점은 공격의 시발점인 45도 지역이다. 공격자와 수비자 모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선수들 부상에 가장 민감한 감독도 마찬가지다. 유영주 감독은 “경기 전 몸을 풀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코트에 나서야 하는데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없었다”면서 “스포원에서 점검했지만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그곳을 피해서 연습했다”고 불안해했다.
실제 이날 경기 도중 BNK 진행요원이 수시로 ‘×’ 지점에 나와 물기를 닦았다. 보통 선수들 땀이 바닥에 묻으면 혼자서 닦아내는데 코트 정비하는 인원들이 돌아가며 그 지점을 닦았다.
시설을 관리하는 부산지방공단 스포원 관계자는 “현재 누수 원인을 찾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2주 휴식기가 지나면 기온이 올라가는 만큼 경기 전 히터를 최대한 틀어놓고 경기 시작 땐 히터를 끄는 등 방법으로 남은 경기를 치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즌을 앞두고 코트 바닥을 전면 교체하는 등 노후된 체육관 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만간 확보된 예산으로 대대적인 천장 보수에 들어간다. 차기 시즌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준비해 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