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적 투구로 올 시즌 기대감

- 지난해 부진 털고 5선발 도전
- “누구도 무시 못 할 야구” 다짐

“데뷔 첫해 100이닝 가까이 던졌지만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올 시즌엔 승수를 많이 쌓는 것도 좋지만 우선 제가 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뚝심 있는 야구를 펼쳐 보이겠습니다.”

1일(현지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비치 다이아몬드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훈련 전 몸을 풀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일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비치 다이아몬드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2년 차 서준원(20)은 당당한 체격만큼이나 자존감이 넘쳐났다. 신인급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인터뷰 내내 성숙한 모습이 느껴진 것이다. 롯데가 왜 2018년 1차 지명 때 그에게 3억5000만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겨줬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안 가리고 33경기에 등판한 서준원은 97이닝을 던지며 4승 11패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개막 전 기대했던 신인왕과는 거리가 있는 성적이다. 서준원은 최하위로 떨어진 팀 순위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했다.

반성으로 시작한 서준원이 바라는 2년 차의 이상향은 ‘성장’이다. 그는 “단순히 패배 수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다.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었는데 아직 아마추어티를 못 벗고 있었다. 지난 시즌보다 성장해서 20패를 하더라도 팀이 필요하면 뭐든 다 하는 존재감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서준원은 지난 시즌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5월 말부터 선발로 전환했고 이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기대 이하의 활약에 주눅 들고 자책도 많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발견한 시즌이었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지난해 38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60개의 삼진을 솎아내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1.58이었다. 피안타율 0.302에서 알 수 있듯이 신인임에도 정면 승부를 즐겼다.

지난달 27일 열린 현지 프로팀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세 번째 평가전에서도 이를 증명했다. 서준원은 선발로 등판해 3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총 58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7㎞를 기록했다. 1회 시작부터 안타 2개를 맞았지만 탈삼진 등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뽐내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9 대 9로 끝난 이날 난타전에서 양 팀 선수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그는 “오랜만에 선발 투수로 나섰는데, 많은 이닝은 아니지만 연습해왔던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면서 “타자와 정면 대결을 해야 안타를 맞든 탈삼진을 기록하든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피하는 투구를 하면 투구 수는 당연히 늘어나고 성적도 좋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올 시즌 댄 스트레일리와 애드리안 샘슨 두 외국인 선수를 원투 펀치로, 노경은과 박세웅을 토종 선발로 내세워 시즌을 꾸려갈 계획이다. 서준원은 남은 5선발 자리를 두고 윤성빈 등과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성적이 나쁘면 팬들에게 욕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칭찬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서준원만의 야구 스타일’로 감독·코치가 주문한 것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겠다”고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풀타임 선발을 꿈꾸는 서준원이 시즌 초반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는 올 시즌은 물론 내년 이후도 장밋빛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서준원과 롯데의 꿈이 호주 애들레이드 뙤약볕 아래에서 함께 영글고 있다.

애들레이드=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