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 ‘씨름의 희열’로 인기 부활
- 전략 앞세운 경량급이 대세로
- 부산갈매기씨름단 오흥민 주목
씨름은 1990년대까지 국민 스포츠로 대접받았다. 지금은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이만기가 초대 천하장사에 올랐던 1983년 대회 결승전 당시 시청률은 6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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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태백장사에 오른 오흥민. 부산시씨름협회 제공 |
하지만 체격으로 승부를 보는 ‘덩치 씨름’이 판을 치자 흥미가 떨어져 2000년대 들어서는 정말 ‘보는 사람만 보는’ 스포츠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현역 선수들이 기술 씨름으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KBS 주말 예능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에서 맹활약을 하며 다시 주목받는다.
흔히 씨름이라 하면 백두(140㎏ 이하)·한라(105㎏ 이하)급처럼 힘과 힘의 대결을 떠올린다. 유명 씨름선수도 ‘씨름 황제’ 이만기, ‘인간 기중기’ 이봉걸, ‘씨름판의 악동’ 강호동 같은 거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씨름의 열풍은 경량급으로 분류되는 태백(80㎏ 이하)·금강(90㎏ 이하)급에서 시작됐다. 모래판에서 빼어난 외모에 근육질 몸매까지 갖춘 선수들이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며 역동적인 한 판을 선사해 보는 이를 흥분하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2020년 경자년 새해 씨름판의 판도를 가늠할 설날장사씨름대회가 2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충남 홍성군 홍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230여 명이 출전해 23일 태백장사 결정전을 시작으로 24일 금강장사 결정전, 25일 한라장사 결정전, 26일 백두장사 결정전, 27일 여자부 개인전 및 단체전 결승이 벌어진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체급 역시 태백급과 금강급이다. 그 중에서도 태백급이 눈길을 끄는데 윤필재(의성군청)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진다. 윤필재는 지난해 추석, 음성, 구례 대회를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더욱이 신예 허선행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강급으로 올라가 견제 세력이 많지 않다. 하지만 대항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갈매기씨름단 오흥민(41)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부산 출신으로 동아고를 졸업한 오흥민은 지난해 ‘위더스제약 2019 설날장사씨름대회’ 태백장사 결승전에서 이재안(양평군청)을 3-2로 눌러 꽃가마에 올라 ‘최고령 장사’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2013년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생애 처음 태백장사에 오른 이후 6년 만에 정상 등극의 감격을 누렸다.
오흥민은 최근 ‘씨름의 희열’ 3라운드에서 21세 금강급 김태하와 접전을 펼쳤지만 무릎을 꿇고 3연패로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금강 임태혁, 태백 윤필재 등 젊은 후배 선수들을 상대로 멋진 승부를 펼치며 백전노장의 품격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오흥민은 당시 인터뷰에서 “제 역할이 조금 더 남아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씨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갈매기씨름단 김태우 감독은 “오흥민은 노장임에도 젊은 선수 못지않은 정신력과 성실함을 자랑한다”면서 “대진 상대가 만만치 않지만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기에 올 설날 대회도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흥민은 22일 황찬섭(연수구청) 등과 예선전을 치른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