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협 “기존 계약 불성실 수행
- 연장 부당… 협회운영 참여 보장을”
- 체육계 “소통·협업 강화 계기되길”

부산종합실내테니스장(실내테니스장) 관리권을 놓고 부산시테니스협회와 부산시체육회가 공방(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19면 보도)을 벌인 가운데 부산시체육시설사업소는 시체육회가 앞으로 3년 더 실내테니스장을 수탁해 운영하도록 결정했다. 시테니스협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최근 실내테니스장 수탁운영 관련 민간위탁심의위원회를 열어 시체육회의 수탁 운영을 3년 재연장했다고 31일 밝혔다. 체육 관련 대학교수와 변호사, 회계사 등 7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은 지난 24일 현장 실사와 시체육회 운영 자료 검토 등의 심사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시테니스협회는 잘못 책정된 과다한 위탁사용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16년 실내테니스장 위탁 용역 당시 책정된 첫해 3억3000만 원의 위탁 사용료로 인해 지난 3년간 운영을 맡았던 시체육회가 위탁사용료 1억 원가량을 아직 다 납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변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체육회에 3년간 운영·관리권을 줬다는 것이다.

시체육회는 운영 첫해에 수지를 맞추지 못했고 ‘추후 위탁 사용료를 재산정할 수 있다’는 협약서 내용을 근거로 지난해와 올해는 1억1000만 원으로 위탁 사용료를 조정했다. 시체육회는 위탁 사용료를 재산정한 뒤 지난해와 올해 흑자를 내면서 밀린 금액을 변제해 나가고 있다.

시테니스협회 김영철 회장은 “시체육회가 애초 정했던 위탁사용료를 뒤늦게 바꾼 것은 엄밀히 말해 계약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것이고 이에 페널티를 줘야 함에도 오히려 재연장이 결정됐다”며 “실내테니스장은 테니스협회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전문성을 살려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이번에 다시 시체육회가 수탁 운영을 따낸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시테니스협회는 테니스 엘리트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시체육회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시체육회에서 협회가 실내테니스장 운영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체육회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재연장이 결정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시테니스협회에서 실내테니스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만한 사업을 제안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시체육회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부산 체육의 컨트롤타워인 시체육회와 경기종목회원단체인 시테니스협회 간의 갈등을 바라보는 지역 체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두 단체는 부산 체육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한 지붕이나 다름없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체육회와 시테니스협회가 서로 소통을 강화하면서 협업의 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단체종목에서 유사한 문제가 생겼을 때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