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일리·톰슨도 기대 부응했지만
- 장시환은 선발 나서 6실점 부진
- 윤성빈-송승준 조합 실패 끝나
- 4·5선발 활약에 팀 운명 갈릴듯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부터 극과 극으로 나뉜 선발진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브룩스 레일리와 김원중, 제이크 톰슨으로 이어지는 1·2·3선발은 연착륙을 하는 분위기지만 4·5선발은 앞을 볼 수 없는 난기류에 휘말린 상태다. 올 시즌의 향방은 결국 4·5선발의 안정화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롯데 손아섭이 3회 초 시즌 첫 홈런을 날린 뒤 덕아웃을 가리키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이 갈수록 위력이 붙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인 레일리는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호투하며 정상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였다.

거인의 1선발 레일리는 5⅔이닝 5피안타(1홈런) 4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1점밖에 뽑지 못하는 빈공을 보여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4이닝 5실점에 비해서는 안정된 모습이었다.

2선발 김원중은 올 시즌 ‘확 달라졌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 동안 발산하지 못한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김원중은 지난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6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지난 25일 키움과의 시즌 첫 등판에서 5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놓친 아쉬움을 이날 경기에서 혼자 힘으로 풀어냈다.

첫 선발 때처럼 제구가 된 140㎞ 후반대의 위력적인 직구와 낙차 큰 커브, 포크볼이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 비해 사사구 허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 공격적으로 마운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첫 등판 때 2개였던 볼넷은 이날 경기에서도 2개뿐이었다.

3선발 제이크 톰슨은 지난 2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첫 등판에서 5⅔이닝 무실점으로 KBO 리그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31일 열린 LG와의 두 번째 등판에서도 불펜의 붕괴로 시즌 2승은 날렸지만 위력투를 선보였다.

톰슨은 이날 경기에서도 종으로 떨어지면서도 횡으로 휘는 명품 슬라이더와 낙차 큰 커브, 스플리터, 포크볼 등 볼 끝의 무브먼트가 변화무쌍한 변화구를 앞세워 LG 타선을 7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묶었다. 볼넷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변화구의 떨어지는 각도가 날카롭다 보니 LG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추지 못해 대부분의 타구가 내야 땅볼이었다. 특히 압도적인 구위를 보였던 첫 선발 때와는 달리 이날 경기에서는 위기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3회 말 1사 1, 2루에서는 김현수를 2루 땅볼로 병살타를 유도하고, 4회 말 연속안타로 맞은 1사 1, 2루에서도 뜬공과 2루수 땅볼로 불을 껐다.

4·5선발은 1·2·3선발의 호투와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에이스 박세웅의 부상과 FA(자유계약선수) 노경은의 계약 불발로 구멍이 난 선발진을 메우는 고육책으로 양 감독은 불펜 자원인 장시환을 4선발로 세우고 5선발은 2명의 선발이 한 경기를 책임지는 ‘1+1’ 변형 오프너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로서는 양 감독의 선발 실험은 낙관보다는 비관에 가깝다. 4선발 장시환은 지난 27일 삼성전에 선발 로 나섰지만 2⅔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안타 6개와 볼넷 3개를 허용하고 6실점했다. 다음 날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5선발 윤성빈-송승준 조합 역시 5이닝를 채우지 못하고 불펜 추격조에 공을 넘겼다. 윤성빈은 ⅓이닝 3실점, 송승준도 3⅔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4·5선발의 안정화 여부가 향후 선발진 운영 체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장시환이 다음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극복하고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 , 5선발의 또 다른 조합인 김건국-박시영의 안착 여부가 양 감독의 시즌 구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