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브처럼 낙차 큰 슬라이더 일품
- 속도 빠른 스플리터 위력 더해
- 볼끝 좋은 패스트볼 알고도 못쳐
- 시범경기 제구 난조 우려 씻어

“역대 외국인 투수의 성공·실패 사례를 분석해보면 평균적으로 변화구 구사가 잘되는 투수가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제이크 톰슨의 활약도 기대된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이 지난 26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KBO 리그 데뷔전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국제신문 DB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의 예상은 적중해 들어가는 분위기다.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은 지난 26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7-2 완승을 이끌었다. 3회까지는 완벽에 가까웠다. 4회 초 2사에서 러프에게 2루타를 맞고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것이 유일한 위기였다.

톰슨의 호투의 원동력은 무브먼트가 좋은 다양한 변화구다.

톰슨은 슬라이더와 커브, 스플리터,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것이 강점이다. 193㎝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슬라이더는 횡으로 휘면서도 커브처럼 낙차가 크다. 톰슨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역 시절 슬라이더로 리그를 호령하던 양 감독도 톰슨의 변화구 구사 능력에 만족한 이유다.

슬라이더와 함께 포크볼처럼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속도가 더 빠른 스플리터도 위력적이다. 여기에 140㎞ 중반대지만 무브먼트가 좋은 패스트볼이 변화구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이날 경기에서도 톰슨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포크볼에 삼성 타선의 방망이는 헛돌았다.특히 스플리터가 인상적이었다.

시범경기 내내 잦은 볼넷 남발과 폭투로 제구력 난조를 노출했던 톰슨은 데뷔전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총투구 수 82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53개, 볼은 29개였다. 볼넷이 2개에 그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며 경기를 지배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구위가 좋은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고 너무 변화구 구사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KBO 리그 적응을 위한 ‘변화구 강박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날 경기 후 톰슨은 “캠프나 시범경기에서는 내가 가진 최대치까지 던지느라 볼이 많았다”며 “시즌이 시작되었으니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그래서 컨트롤이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범경기 때 박한 평가를 내린 전문가들은 이제 톰슨의 맹활약을 전망하고 있다. 한 경기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데뷔전에서 보인 제구력만 유지한다면 강력한 변화구를 무기로 KBO 리그에서 롱런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즌 개막 전 선발진의 붕괴 우려가 제기됐던 롯데는 김원중과 톰슨이 연이어 호투를 이어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