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孫, 팀 합류 이틀 만에 선발 출전
- 벤투 히든카드로 나서 종횡무진
- 전반 페널티킥 유도 황의조 득점
- 후반엔 코너킥서 김민재 골 도와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27·토트넘)이 삐걱대던 벤투호를 구했다.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 물러서 묵묵히 후배들의 뒤를 받쳤지만, 경기를 뛸수록 압도적인 가치를 증명하며 ‘월드 클래스’ 모습을 보였다. 헌신과 투혼의 대명사였던 선배 박지성의 뒤를 한 걸음씩 좇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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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손흥민이다”…얼어붙은 중국응원단- 1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손흥민이 계속해서 활약하자 중국 응원단이 원망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끝난 조별리그 C조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을 2-0으로 꺾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페널티킥 선제골에 이어 김민재(전북)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은 두 골에 모두 관여하며 후반 43분 교체돼 나갈 될 때까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이날 팀에 합류한 지 이틀 만에 선발로 나왔다. 소속팀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지 72시간도 안 됐지만 벤투 감독은 C조 1위를 확보하기 위해 손흥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4-2-3-1 전형에서 구자철이 맡아온 2선 중앙공격수에 배치됐지만 사실상 프리롤이었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측면과 중원을 활발히 오갔다.
손흥민 효과는 경기 초반부터 빛을 발했다. 안정적인 볼 터치에 이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중국 수비를 벗겨냈고, 날카로운 패스를 동료들에게 공급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보여줬던 정체된 경기 흐름이 한 번에 트였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김문환(부산)의 패스를 받아 돌파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PK)를 만들어 냈다. PK는 황의조에게 양보했다. 후반 6분에는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오는 코너킥으로 김민재(전북)의 헤딩 쐐기골까지 도왔다.
손흥민의 가치는 뒤에서 더 빛났다. 2선 공격진과의 활발한 스위칭을 통해 무리한 움직임 대신 빈 곳으로 패스를 내주면서 공격을 조율했다. 앞에 나서 슈팅을 날리는 것보다 황희찬(함부르크) 황의조 등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집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을 연상케 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손흥민이 불어넣은 자신감과 여유는 다른 선수들의 사기까지 올리는 효과를 낳았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잘 휴식하면서 먼 곳을 보기보다 주어진 위치에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도 손흥민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칫 위험한 도박일 뻔했던 ‘선발 카드’가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을 손흥민이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노력과 희생으로 (조별리그에서 겪은 경기력) 문제가 해결됐다는 게 만족스럽다”며 “많은 공격적 옵션으로 가지고 플레이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