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 중원 맡고
- 황의조·황희찬은 날선 공격 선봉
- 승점 급한 상대 압박에 대비해야

손흥민 기성용 대신 ‘황 트리오’가 해결한다.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필리핀전에서 황트리오가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의조 황희찬 황인범. 연합뉴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이 황 트리오를 앞세워 조별 리그 2연승을 노린다. 황의조(감바 오사카)-황희찬(함부르크)-황인범(대전) 등 세 명의 황씨 성을 가진 태극전사가 그 주인공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2019 아시안컵 조별 리그 C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중원의 핵심 자원인 기성용(뉴캐슬)이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맛봤다. 기성용은 후반 9분 공격에 가담한 뒤 상대 페널티 지역에서 스스로 주저앉았다. 현지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마친 결과 “오른쪽 햄스트링에 경미한 손상을 입어 일주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는 12일 새벽 1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 리그 2차전 결장이 확정된 것이다.

소속팀 사정으로 초반 두 경기를 거르는 손흥민(토트넘)에 더해 전술의 핵인 기성용까지 잃은 벤투 감독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빌드업의 장인’ 기성용은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과 스타일을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잘 구현해왔던 선수였기에 빈자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부상 회복 속도가 더디면 오는 16일 중국과의 조별 리그 3차전에 뛰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손흥민은 14일까지 리그 경기를 치른 뒤 비행기를 타고 팀에 합류하는 탓에 체력을 회복하는 것과 시차 적응이 관건이다.

악재를 만났지만 두 핵심자원의 공백은 황 트리오가 메워 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이 빠진 중원은 황인범이 맡고, 손흥민의 부재는 황희찬과 황의조가 역할을 나눠 담당하는 식이다. 황 트리오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기억도 있어 쿵짝도 잘 맞는다.

황 트리오의 중심은 3선 라인에서 활약하는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이다. 그는 지난 필리핀전에서 기성용을 대신해 30분가량 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안정감 있는 볼 배급과 경기 템포 조절로 중원 빌드업 재능까지 선보였다. ‘차세대 기성용’이란 이름표가 괜히 붙은 게 아니란 걸 증명했다. 이제 황인범은 “기성용 선배의 부상으로 키르기스스탄전에선 나에게 선발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며 운동화 끈을 더 질끈 동여매고 있다.

그래도 마무리는 결국 공격진에 포진된 황-황 콤비에 달렸다. 중원의 황인범에서 시작된 볼 줄기가 2선의 황희찬을 거쳐 최전방 황의조에게까지 유연하게 연결되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황희찬이 황소처럼 저돌적인 돌파로 수비를 허물고 최전방까지 공을 연결하면,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 황의조가 ‘원 샷 원 킬’로 융단 폭격을 날리는 식이다. 황의조는 “(황)희찬이가 워낙 돌파를 많이 해주고 수비수 사이에서 나에게 많은 패스를 연결해줬다. 돌파와 스피드가 좋아서 저도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차전 상대인 키르기스스탄은 FIFA 랭킹 93위로 신체 조건과 압박 능력이 좋다.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조 2위가 예상되는 중국을 상대로 패했지만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승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전보다 더 공격적인 전술로 한국을 상대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벤투 감독도 필리핀전을 마친 뒤 “한국과 중국이 승점 3이고, 나머지 두 팀은 승점이 없다. 키르기스스탄은 2차전에서 승점을 따야 하는 상황”이라며 키르기스스탄의 공격적인 대응을 예견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