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비 지원하던 향토기업 콜핑
- 최근 경기 악화로 지원 어려워져
- 빙상계, 실질 원인에 감독 지목
- “감독이 직무 태만·갑질 일삼아”
부산 최초의 빙상 실업팀 ‘콜핑’이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업의 재정 지원 중단이 1차적 이유지만, 지역 스포츠계에서는 선수단을 맡은 감독의 전횡이 실질적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부산시체육회는 콜핑 빙상팀이 오는 12월 31일을 끝으로 해체한다고 29일 밝혔다. 매년 운영비의 절반을 지원하던 ㈜콜핑이 내년부터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한 게 결정적이었다. 콜핑은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자금난 때문에 더 이상 빙상팀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시체육회와 ㈜콜핑은 매년 운영비 3억 원 중 각각 1억5000만 원을 분담하며 팀을 유지해왔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연봉 등 인건비만 2억 원에 달해 시에서 운영비 전액을 떠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남은 선수 4명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콜핑 빙상팀은 향토기업인 ㈜콜핑 박만영 회장의 후원으로 2016년 7월 야심 차게 창단했다. 우수한 선수와 지도자를 길러내고, 빈약한 지역 동계스포츠 기반을 닦겠다는 출사표에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쏟아졌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산에서 엘리트 빙상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이에 부응하듯 콜핑 빙상팀은 시작부터 국가대표 출신 남자선수 3명으로 팀을 꾸렸다. 지난해 초 현직 국가대표 노선영과 김지유를 전격 영입하기도 했다.
콜핑팀 해체에 기업의 지원 중단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지역 빙상계에서는 A 전 감독에게도 일말의 책임을 묻고 있다. A 전 감독이 선수단 지도를 소홀히 하며 선수단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다. 실제 시체육회는 최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A 전 감독에게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내렸다. 향후 2년간 어떤 팀도 지도할 수 없는 중징계다. 부산을 대표하는 실업팀 감독의 자질이 의심될 정도로 근무를 태만히 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A 전 감독은 지난달 말 사퇴 의사를 밝히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는 시체육회의 조사 당시에는 제기된 혐의에 대해 상당 부분 부인했지만, 전날이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징계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 마지막 날이었음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징계를 받아들였다.
지역 빙상계의 한 인사는 “감독의 직무 태만 등 갑질에 선수들이 제대로 된 훈련조차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콜핑팀 해체로 이어졌다”며 “부산의 빙상 선수층이 고갈될 위기”라고 지적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