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로 지갑 닫은 구단들
- 몸값 부담에 선수 육성 분위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대장정을 마친 한국프로야구가 이번 주말부터 스토브리그로 후끈 달아오른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온 대어급 선수를 잡기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된 셈인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시장을 얼어붙게 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왼쪽), SK 와이번스 최정. 연합뉴스

스토브리그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FA 자격선수 명단을 공시하는 17일 시작된다. FA로 공시된 선수가 이틀 안에 KBO에 “FA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신청하면 KBO는 다음 날인 20일 최종 FA 승인 선수를 공시한다. 선수들은 오는 21일부터 원소속팀을 포함한 전 구단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겨울철 난로(stove) 주위에 모인 구단과 선수가 이적·연봉 협상을 두고 실전경기 마냥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치는 것이다.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는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다. 올 시즌 타율 3할5푼8리(전체 2위) 23개의 홈런으로 리그 최정상권 타자로 거듭난 양의지는 안정감 있는 투수 리딩과 견고한 수비력도 정평이 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하며 총 100억 원대 계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의지는 이대호(롯데·4년 150억 원), 김현수(LG·4년 115억 원), 최형우(KIA·4년 100억 원)의 역대 FA 계약 기록도 넘본다. 포수 자원이 취약한 팀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

홈런왕을 두 번이나 차지한 거포 최정(SK)도 주목을 끈다. 최정은 올 시즌 타격 슬럼프에도 홈런을 35개나 때려냈다. 내년 32세의 젊은 나이도 장점이다. 이재원(SK), 박용택(LG), 장원준(두산), 박경수(KT), 김민성(넥센) 등도 주요 선수로 꼽힌다.

롯데 자이언츠에선 투수 노경은과 이명우가 FA를 노린다. 올 시즌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로 빼어난 활약을 펼친 노경은은 구단과 FA 계약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기간과 연봉이 관건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광풍’이 불던 FA 시장에 거품이 빠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각 구단은 스토브리그 전 FA 제도 개편안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왔다. 4년간 80억 원으로 FA 몸값을 제한하자는 구단 측 요구에 선수협이 강하게 반발하며 개편은 물 건너갔지만, 여파는 여전하다.

여기에 적자에 시달리는 모기업으로부터 통 큰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 구단들은 거액의 FA 영입보다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롯데 관계자는 “포수·3루 등 취약 포지션은 기존 선수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FA 영입에 거액을 쓴 점도 부담이다”고 밝혔다.

변수도 있다. 올해부터 선수협의 공인을 받은 대리인(에이전트)이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에이전트의 협상 실력에 연봉이 좌우될 수도 있다. 류현진(LA 다저스)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처럼 대형 계약을 이끌어 낼 지도 관심사다.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