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해 수준급 수비 자랑하던 번즈
- 올해 팀 최다 22개 실책에 실망
- 롯데 “2·3루 맡길 만한 용병 물색”

- 레일리는 경기력 기복 심하지만
- 4년간 검증된 10승 투수 감안
- 내년 시즌 재계약 가능성 높아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용병 농사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1선발 듀브론트는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인 지난 9월 방출됐다. 6승 9패 평균자책점 4.92의 초라한 성적. 보스턴 레드삭스 등 빅리그 명문팀에서 뛰며 통산 31승을 따낸 선발투수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 투수 브룩스 레일리(왼쪽)와 2루수 앤디 번즈가 경기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선수의 내년 시즌 재계약 여부는 안갯 속이다. 국제신문DB

내야수 앤디 번즈와 좌완 브룩스 레일리도 분전했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2%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승부의 추를 쥔 든든한 ‘믿을맨’이 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다. 스토브 리그 개막을 앞두고 부산 갈매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둘의 재계약 여부로 쏠린다.

번즈는 사실상 교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번즈는 롯데에 입단한 2017년 첫해 116경기에서 128안타 15홈런 타율 3할3리를 기록했다. 공격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빅리그급 수비에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내야진의 잦은 실수로 자멸한 경기가 많았던 롯데로서는 내야 수비의 핵을 얻었다는 데 만족감이 컸다.

하지만 이번 시즌 번즈는 수비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타격이 지난해와 비슷했던 반면 승부처에서 나온 어이없는 실책이 팀의 패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팀 내 가장 많은 22개의 실책을 저질러 리그 2위에 오른 지표가 집중력이 떨어진 번즈의 현주소다. 롯데가 기록한 117개의 실책 중 최다 지분이다.
롯데 관계자는 12일 “1루수와 외야수를 제외하고 2루나 3루를 맡을 수 있는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 중”이라고 말해 용병 야수 교체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성득 KNN 해설위원도 “번즈가 내년 시즌에도 뛰기는 힘들 것 같다. 2루수 용병을 찾거나 멀티자원 전병우 신본기의 포지션을 고려해 3루수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는 내년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2, 3루에서 뛸 국내 선수의 가닥을 명확히 정해 놓고, 새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에 따라 교통 정리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먹구름이 낀 번즈의 미래와 달리 레일리는 잔류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레일리는 2015년 시즌부터 롯데에서 4년을 내리 뛴 팀의 최장수 용병인 만큼 리그에서의 경쟁력은 검증이 끝났다. 올 시즌 11승 13패 평균자책점 4.74로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후반기 에이스의 면모를 보였다. 또 적지 않은 외국인 선수가 선수단의 분위기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레일리는 롯데 선수단과의 화학적 결합에 무리가 없는 사실상 ‘토종’ 선수로 인식되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박세웅이 팔꿈치 수술로 선발진에 6개월가량 공백이예견되는 상황에서 검증된 레일리의 무게감은 더 커졌다. 특히 내년 시즌부터는 새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때 총액에 제한을 두는 제도가 시행된다. 연봉, 인센티브, 계약금을 합쳐 100만 달러를 넘길 수 없다. “100만 달러로 수준급 용병을 데려오긴 힘들다”는 구단의 내부 평가를 감안하면 재계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상황이다. 레일리의 올 시즌 연봉은 117만 달러(약 12억 6000만 원)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기복은 변수다. 롯데 관계자는 “조건만 맞으면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검색 중인 용병 투수 중에 좋은 카드가 나오면 레일리를 배제할 수 있다”고 출구를 열어놨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