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이끈 새러 머리(30·캐나다·사진) 감독이 선수들의 집단 반발로 재계약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18일 “계약기간이 끝난 머리 감독의 후임으로 김상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머리 감독은 2014년 9월부터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아이스하키협회는 머리 감독과의 재계약에 적극적이었다. 머리 감독 역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기를 원했다. 재계약 불발의 원인은 내분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4월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열린 201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3부리그)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거부했다. 또 “머리 감독과의 재계약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평창올림픽 출전 선수 23명 중 21명이 재계약 반대 서한에 사인했다. 결국 머리 감독은 세계선수권 기간에 벤치에 앉지 못했다. 김도윤 코치가 대신 선수들을 지휘해 준우승을 일궜다.

아이스하키협회도 머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또 집단 항명 사태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6개월 국가대표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오랫동안 머리 감독의 지도 스타일과 선수 기용 방식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스하키에서는 보통 한 번 라인을 구성하면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쉽게 바꾸지 않는 편인데 머리 감독은 수시로 라인을 교체했다. 기술 훈련에서도 초보적인 수준의 훈련만 반복하자 “머리 감독 때문에 선수 기량이 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평창올림픽에서 크게 주목받은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내홍을 겪은 것이다.

아이스하키협회의 한 인사는 “머리 감독은 경험 부족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지도 스타일이나 선수 기용 방식은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인데 선수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