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U-23 국가대표팀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AG 베트남과의 준결승전에서 3-1로 승리했다. 2014 인천AG를 제패했던 태극전사들은 오는 9월 1일 결승전마저 승리해 2회 연속 우승 신화를 쓴다는 각오다.

이날 김 감독은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2선에 이승우(베로나)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미드필더에는 김정민(리퍼링)과 이진현(포항)이 선발로 나섰다. 포백 라인은 김진야(인천)-김민재(전북)-조유민(수원FC)-김문환(부산)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부상에서 회복한 조현우(대구)가 지켰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57위인 우리나라는 골 결정력과 개인기에서 102위인 베트남을 압도했다. 베트남은 체력과 정신력을 앞세워 끊임없이 압박했다. 전반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선제골은 전반 7분 나왔다. 황희찬이 중원에서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던 황의조에게 패스했다. 황의조가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하다 넘어진 사이 옆으로 흐른 공을 이승우가 가볍게 밀어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예선 3경기와 16강·8강전까지 무실점으로 버텼던 베트남이 6경기 만에 첫 실점을 한 것이다.

추가골은 와일드카드 조합이 만들었다. 전반 28분 손흥민이 상대 문전 오른쪽으로 달려가던 황의조에게 절묘한 로빙 패스를 넣었다. 영리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피한 황의조는 감각적인 슛으로 2-0을 만들었다. 황의조는 예선 3경기를 포함해 6경기에서 9골을 몰아쳐 득점왕을 예약했다.

이승우는 후반 10분 쐐기골을 작렬했다. 하프라인에서 20ｍ 가까이 드리블하다가 황희찬에게 패스한 공이 문전에서 상대 수비를 맞고 굴절됐다. 끝까지 쇄도하던 이승우는 튀어나온 공을 가볍게 밀어넣었다. 베트남 선수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승우의 이번 AG 3호골.

스코어가 3-0으로 벌어지자 김 감독은 결승전을 고려해 황의조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나상호(광주)를 투입하며 선수들의 체력 조절에 나섰다. 반면 박항서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전면 공격을 지시했다. 후반 중반 경고 한 장을 받은 손흥민이 교체되자 베트남의 칼끝은 더 매서워졌다. 결국 한국은 후반 25분 쩐 민 브엉에게 프리킥골을 내줬다. 베트남 축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후반 38분에는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골과 다름없는 위기를 맞았다. 조현우의 선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왼쪽 무릎이 안 좋아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 결장했던 조현우는 이날 경기 중 잠시 통증을 호소해 의료진의 치료를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후반 5분 여를 남기고 두 골을 넣은 이승우 대신 황현수(FC서울)를 투입해 골문을 잠궜다. 

 자카르타=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