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호 낙마 … ‘게임체인저’ 없어

2014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의 1차전. 후반 11분 박주영(서울)과 교체 투입된 이근호(울산)가 강력한 중거리슛을 터뜨려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이었다. 이근호는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도 후반에 그라운드를 밟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골을 도왔다.

이근호처럼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교체 선수를 ‘특급 조커’라고 부른다. 신태용 감독이 27일 독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에서 승리하려면 ‘제2의 이근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 감독은 지난 24일 스웨덴전을 마치고 “부상으로 공격수 자원이 한정돼 힘들다”며 부상으로 낙마한 이근호와 권창훈(디종)의 이름을 불렀다.

■일본 구한 베테랑 혼다의 투혼

일본은 25일 세네갈과의 H조 2차전에서 1-2로 뒤지다 추격골을 넣어 극적으로 패배에서 벗어났다. 동점골의 주인공은 베테랑 혼다 게이스케(32·CF 파추카)였다. 혼다는 후반 27분 교체 출전해 6분 만에 일본을 구했다.

3번째 ‘꿈의 무대’를 밟은 혼다는 또 아시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월드컵 득점자(4골)로 올라섰다.

사실 혼다는 지난해부터 부진을 겪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AC 밀란에서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시 일본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 리듬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혼다를 소집하지 않거나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선 그는 지난해 7월 멕시코의 파추카로 이적해 축구팬을 놀라게 했다.

역대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조커가 꼭 있었다. 1994 미국월드컵 1차전 스페인전부터 역사가 시작됐다.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한국은 후반 14분 김주성을 대신해 서정원을 투입했다. 서정원은 후반 45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02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는 황선홍 대신 후반 11분 투입된 안정환이 동점 헤딩골을 넣어 한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안정환은 2006 독일월드컵 1차전 토고전에서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에 나서 역전골을 폭발해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우·김신욱·고요한에 기대

독일전을 앞둔 신 감독의 고민은 이근호나 혼다와 같은 조커의 부족이다. 최종 엔트리에 수비수 10명이 포함된 탓에 상대적으로 공격 자원이 부족하다. 특히 손흥민(토트넘)에게 독일의 수비가 집중될 경우 활로를 뚫어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 막내 이승우(베로나)는 지난 스웨덴·멕시코전에서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스웨덴전에서 부진했던 김신욱(전북)이 장신이 많은 독일전에서 통할지도 미지수다. 멕시코전에서 종아리를 다친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독일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건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신 감독이 앞선 두 경기에서 벤치를 지킨 선수를 투입할 수도 있다. 수비수 고요한(서울) 정승현(사간도스) 오반석(제주)은 A매치 경험이 적어도 활발한 오버래핑이 강점이다. 고요한은 소속팀에선 미드필더로 자주 출전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