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2달 앞두고 수장 바꾼 日
- 실험 대신 특유 ‘패스축구’ 집중
- 승점 4점 챙기며 예선 통과 눈앞

- 축구협회 ‘헛발질’ 계속된 韓
- 신태용 부임 후 또 ‘감독교체설’
- 2전 전패 … 16강 진출 확률 1%
- 박지성 “근본 시스템 개선해야”

1% 대 81%.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25일 전망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이다. ‘아시아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던 두 나라의 운명은 4년 새 완전히 엇갈렸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엇갈렸다. 왼쪽 사진은 일본의 이누이 다카시(왼쪽)가 25일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세네갈전에서 골을 넣은 뒤 포효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 24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전에서 1-2로 패한 한국 대표팀 손흥민(오른쪽)이 이용을 위로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일본은 25일 세네갈과의 H조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1승 1무(승점 3)를 기록한 일본은 폴란드와의 3차전에서 비겨도 자력으로 16강에 오른다. 패해도 세네갈-콜롬비아전 결과에 따라 16강에 오를 수 있다. 2연패를 당한 신태용호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한일 축구의 차이는 ‘해외파 명단’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은 최종 엔트리 23명 중 유럽파가 10명이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독일·잉글랜드·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뛰며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 대표팀의 유럽파는 2014 브라질월드컵(10명) 때의 절반인 5명이다. 나머지는 국내파와 일본 J리그·중국 슈퍼리그 출신이다. 유럽파를 제외하면 득점할 선수가 부족해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축구 색깔도 달랐다. 일본은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선보였다. 지난 4월 경질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체제에서 사라졌던 ‘일본의 특징’을 되살린 것이다. 상대 선수가 한 명 퇴장당한 콜롬비아전이나 세네갈전 모두 세밀함과 점유율을 앞세운 전략이 먹혀들었다.

똑같이 4년을 준비한 한국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는 상대를 너무 의식해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다 무너졌다. 다행히 멕시코전에선 특유의 ‘투지’를 앞세운 공격력이 조금은 되살아났다. 그래도 우리 모습을 100% 보여준 건 아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은 “대한민국 축구는 4년 전보다 발전하지 않았다. 이제 ‘보여주기식’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이 지나도 현재의 모습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전문가들은 “J리그를 찾는 관중이 K리그보다 3배가 많다. 두 나라의 축구 열기와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도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축구팬들은 숱한 논란을 낳았던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집행부에도 책임을 돌린다. 정 회장은 지난해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논란과 ‘돌려막기식 인사’로 비난이 거세자 직접 사과까지 해야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뒤에도 거스 히딩크 전 감독 논란에 휘말려 갈팡질팡했다.

신 감독조차 지난 24일 멕시코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축구 강국과 상대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K리그와 유소년 축구부터 잘 따져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여기까지 오는 데 10개월 정도가 걸렸다. 짧은 시간에 완벽한 팀을 만들 여유가 없어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