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 배정 받은 피파랭킹 1~7위
- 지난 대회 1차전 승률 71% 기록
- 이번엔 2승3무2패 자존심 구겨

- 약점 드러난 옛 전술로 자만하다
- 준비된 상대 만나 경기마다 고전

승률 5할. 약팀의 성적표가 아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시드를 배정받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팀 이야기다. 그만큼 약팀이 많은 이변을 일으켰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각 조의 시드 배정을 받은 강팀들이 대회 초반 예상 외의 부진을 겪고 있다. 사진은 20일 세네갈에 패한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허탈해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20일 오전 현재 A조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한 B~H조 시드 배정국의 1차전 성적은 2승 3무 2패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의 1차전 성적까지 포함해도 3승 3무 2패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FIFA 랭킹에 따라 시드를 배정받은 7개국이 1차전에서 5승 2패(승률 71%)를 기록했다. 개최국인 브라질을 포함하면 6승 2패로 승률이 75%에 달했다. 당시에는 스페인과 우루과이만 패했다. 무승부는 없었다.

	지난 16일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선언한 주심에게 항의하는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가운데). EPA 연합뉴스

올해 가장 큰 이변은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 독일이 멕시코와의 F조 1차전에서 0-1로 덜미를 잡힌 것이다. H조의 폴란드도 20일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1차전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꺾고 8강까지 올랐던 세네갈은 16년 만에 다시 1번 포트를 누르고 파란을 예고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H조는 폴란드의 패배로 혼전에 빠져들게 됐다.

무승부도 많다. B조의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3-3으로 비겼다. D조의 아르헨티나 역시 아이슬란드의 ‘얼음성벽’을 뚫지 못하고 1-1에 만족해야 했다. E조의 스위스는 브라질과 1-1 무승부를 기록해 파란을 일으켰다.

1번 포트를 받고 1차전에서 이긴 팀은 호주를 2-1로 누른 C조 프랑스와 파나마를 3-0으로 누른 G조 벨기에뿐이다.

	지난 18일 스위스전에서 골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는 브라질 미드필더 미란다. 로이터 연합뉴스

강팀이 고전하는 이유는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의 경우 우승했던 4년 전 전술을 그대로 구사했다. 주전 선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멕시코는 독일의 정상급 미드필더진을 무너뜨리기 위해 강인한 체력과 특유의 조직적인 패스로 맞섰다. 또 역습 때 좌우 측면을 돌파할 수 있는 빠른 선수들을 선발했다. 결승골을 넣은 이르빙 로사노가 대표적이다.

세네갈도 패스와 공중전에 능한 폴란드를 잡기 위해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전반전 볼 점유율에서는 폴란드(55%)가 앞섰으나 세네갈은 상대의 공을 끊었을 때 무섭게 반격했다. 예리한 침투 패스와 탁월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폴란드의 간담을 여러 차례 서늘하게 했다. 스위스와 아이슬란드도 각각 상대팀 에이스인 네이마르(브라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득점을 봉쇄하는 전략으로 효과를 거뒀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FIFA 랭킹에 따른 시드 배정국 성적  (개최국 제외. 1차전 성적 기준) 2014 브라질월드컵 5승 2패 2018 러시아월드컵 2승 3무 2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