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식당 사장들이 만든 장학회
- ‘유망주 육성’ 고인 뜻 받들어
- 클럽 대회 열고 장학금도 전달
- 미망인 “남편도 하늘서 기쁠 것”

- 동아 FC 우승· 정용환상 이승범

“우와~. 지금까지 먹어 본 짜장면 중에 제일 맛있어요.” “땀 흘리고 먹는 탕수육이 진짜 꿀맛이에요.”

22일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내 천연잔디구장에서 ‘제2회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22일 봄 햇살이 따스하게 비친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잔디구장. 금방 축구 경기를 뛴 어린 선수들이 그늘에 앉아 짜장면과 탕수육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그릇을 싹 비우자 곁에서 아들을 챙기던 엄마 아빠도 자리를 잡고 짜장면을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선수와 부모 모두 승패에 개의치 않았다. ‘제2회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 및 장학금 전달식’의 모습이다.

이날 축구대회는 부산 출신의 ‘레전드’인 고 정용환(사진) 전 부산시축구협회 기술이사를 추모하기 위해 설립된 ‘정용환 꿈나무 장학회’가 마련했다. 장학회 회원의 90%가량이 ‘중식당 사장님’이다. 참가 선수도 축구협회에 등록된 엘리트 선수가 아니라 순수 클럽·동아리 소속으로 제한했다. 어린 학생들이 승패를 떠나 축구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특징은 ‘짜장면 파티’였다. 중식당 사장님들이 손수 만든 짜장면과 탕수육 500인분을 선수와 학부모에게 대접했다. 지난해 400인분을 준비했다가 금방 동이 나자 100인분을 늘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개 팀이 많은 16개 팀 277명이 참가했다. 학부모까지 합치면 500명 넘게 오는 바람에 이날도 짜장면이 부족했다. 장학회 회원들은 급히 현장에서 음식을 더 만들어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건넸다.

정 전 이사의 미망인 김외숙 씨는 “남편은 생전에 국가대표와 프로선수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다”면서 “남편이 하늘에서 축구 꿈나무들이 마음껏 뛰고 맛있게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뻐할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대회에 출전한 벡스 FC 선수들이 경기 후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는 모습.

이날 행사에는 정정복 부산시축구협회장과 최만희 부산 아이파크 사장을 비롯한 축구계 인사들과 정 전 이사의 동래고 동문인 박정태 레인보우희망재단 이사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송춘열 장학회장은 “정 감독님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꿈나무 육성과 축구 발전이라는 그 분의 숭고한 정신을 계속 받들고 싶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추억을 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우승은 동아 FC가 차지했다. 같은 팀의 이승범은 최우수선수상(MVP) 격인 ‘정용환상’을 받았다. 장학회는 팀당 1명과 정 전 이사의 모교인 칠암초 선수 1명을 더해 17명에게 장학금도 전달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