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가 살아났다. 연패 수렁 직전에 처했던 팀을 혼자서 잡고 끌어올렸다. 마무리도 그가 지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첫 연장 승부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롯데는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7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6승 13패가 된 10위 롯데는 9위 삼성(7승 14패)에 0.5경기 차로 다가섰다. 19일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지난달 28일 단독 10위로 내려앉은 이후 22일 만에 탈꼴찌에 성공할 수 있다. 주장 이대호가 이틀 연속 홈런포로 8회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2회 끝내기홈런까지 책임졌다. 타선이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홈런 4방을 때려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확실하게 부활한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팀이 3-6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8회말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대타 이병규의 볼넷과 손아섭의 안타로 맞은 1사 1, 2루 득점권 기회. 사직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함성도 커졌다. 이대호는 기대에 부응하듯 삼성 심창민의 초구 145㎞ 직구를 그대로 오른쪽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대호의 두 경기 연속이자 시즌 4호 홈런이 된 동점 스리런. 이대호는 이어진 9회초 1사 2루 위기에서 타구를 직접 잡아 주자까지 아웃시켜 이닝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방점도 그가 찍었다. 12회초 김헌곤에 적시타를 맞아 한 점 뒤진 채 맞은 12회말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문규현이 안타로 출루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손아섭까지 안타를 때려내며 만든 1사 1, 2루 상황이 다시 이대호에게 돌아왔다. 바뀐 투수 한기주의 3구째를 받아 친 그의 타구가 왼쪽 담장 너머로 사라지며 5시간 여의 승부에 끝을 맺었다.

롯데 타선은 경기 초반만 해도 시즌 첫 선발등판 경기를 치른 베테랑 장원삼의 구위에 꼼짝 못 했다. 물꼬를 튼 것도 시원한 홈런이었다. 5회말 신본기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1호 홈런을 터뜨려 포문을 열었다. 6회에는 이대호의 안타에 이어 민병헌까지 이적 후 첫 홈런으로 3점째를 냈다. 5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민병헌은 시즌 처음으로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민병헌은 이날까지 5번 타순에서 타율 0.727(11타수 8안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틀 연속 선발투수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시즌 네 번째 경기를 치른 김원중은 3과1/3이닝 9피안타(2피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피홈런 두 개를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롯데는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에 이어 김원중까지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7일 사직 LG전에서 신인 윤성빈이 거둔 선발승이 이날까지 이번 시즌 롯데 선발진이 유일하게 기록한 승수다.

김원중은 1회부터 두들겨 맞았다. 전날 나란히 3안타를 때려내며 이날 테이블세터로 배치된 박해민과 김상수에 연속 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뺏겼다. 2회 한 점을 더 내줬고 3회부터는 삼성의 장타에 공략당했다. 김상수의 솔로포에 이어 1사 1루에서 삼성 4번 타자 다린 러프의 시즌 7호 홈런 제물이 됐다. 김원중은 5-0까지 점수 차가 벌어진 4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9.98까지 치솟았다. 네 경기 모두 홈런을 내주며 피홈런 5개로 팀 내 최다 기록의 굴욕도 맛봤다. 불펜투수 구승민도 피홈런 대열에 가세했다. 5회 러프에 1점 홈런을 허용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부터 국내 무대에서 뛴 러프의 개인 첫 연타석 홈런 기록도 만들어줬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