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상의 골프장’으로 불리지만
- 인종차별의 역사 그대로 남아
- 참가자 주로 11~13번홀 고전

5일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세계 최고의 명문이다. 골퍼들이 ‘천상의 골프장’으로 부를 정도다. 반면 최대의 빈부 격차와 인종차별이 성행하는 곳도 오거스타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마스터스 개막을 앞둔 이날 오거스타의 이면을 소개했다. 조지아주 제3의 도시인 오거스타 인구 중 흑인 비율은 50%를 넘는다.

도심 거주 빈곤층 대부분은 흑인이다. 2016년 기준 오거스타 주민 가운데 최저 빈곤선 이하 극빈층은 35%로 미국 평균 21%를 웃돈다. 오거스타시가 마스터스 기간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집주인으로부터 쫓겨난 흑인을 위해 임시 거처를 마련할 정도다.

오거스타는 미국의 전설적인 소울가수 제임스 브라운이 성장한 곳으로 유명하다. 브라운은 친척이 운영하는 사창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조지아주는 미국 남부 전통을 대표하는 도시답게 아직도 흑백 인종차별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다.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타계 50주년을 맞는 상황에서도 과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깃발이 오히려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마스터스 대회장인 내셔널 골프클럽은 1990년까지 흑인 회원을 받지 않았다. 모든 회원은 백인이었고 반대로 캐디는 모두 흑인이어야 했다. 흑인 캐디룰은 1983년에서야 깨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1997년 흑인 최초로 오거스타에서 열린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클럽 공동설립자인 클리퍼드 로버츠는 “내가 살아있는 한 모든 골퍼는 백인이고 캐디는 흑인일 것이다”고 외쳤다. 그는 클럽의 파3 코스에서 자살했다.

오거스타 빈곤층이 생계난에 “아멘”을 외친다면 선수들은 ‘아멘 코스’로 불리는 11~13번 홀에서 고전한다. 아멘이란 1958년 아널드 파머가 우승할 당시 12번 홀에서 무벌타 구제를 받은 데 이어 13번 홀 이글을 한 것을 표현한 기사 제목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다.

505야드인 11번 홀(파4)은 길이가 길다. 그린 주위에 워터 해저드가 있는 것도 변수다. 12번 홀은 155야드 파 3으로 세팅된 장소다. 바람이 강하고 그린 앞에 워터 해저드가 버티고 있다. 마지막 13번 홀은 510야드 파 5홀이다. 왼쪽으로 휜 도그레그 홀이다. 그린까지 잘 가면 이글도 노릴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면 우승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다.

내셔널 골프클럽은 6~9월 문을 닫고 10월 개장한다. 이듬해 마스터스 준비를 위해서다.

잔디가 노란색으로 변하면 녹색 스프레이를 뿌려 감춘다. 관리 인력이 다른 골프장의 3배가 넘는다. 이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