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랭킹 1위와 세번째 대결
- 5개 대회 연속 8강 진출 기록도

올해 1월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전. 세계랭킹 5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 노바크 조코비치(13위·세르비아)를 연달아 격파한 정현(22)이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격돌했다. 거침없는 정현의 질주를 가로막은 건 페더러가 아니라 발바닥이었다. 진통제로 다스리기 어려울 만큼 악화된 물집을 바라보던 정현은 결국 준결승 2세트 도중 기권했다.

정현이 15일 열린 BNP 파리바오픈 16강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를 물리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USA TODAY 연합뉴스(왼쪽), 로저 페더러가 지난 13일 BNP 파리바오픈 32강전에서 필립 크라이노비치를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다. EAP 연합뉴스

마침내 ‘차세대 챔피언’ 정현과 페더러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무대는 ‘제5의 그랜드슬램’이라 불리는 마스터스 1000시리즈이다.

세계랭킹 26위 정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 16강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를 2-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다.

1세트를 6-1로 잡은 정현은 2세트에서도 게임 스코어를 5-0까지 벌렸다. 2세트 6번째 게임에서 매치 포인트를 잡고도 브레이크를 허용한 정현은 게임 스코어 5-3에서 상대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해 1시간18분42초 만에 2세트를 마무리했다.

호주오픈 4강을 포함해 올해 출전한 5개 대회 연속 8강에 오른 정현은 16일 오전 11시 준준결승에서 세계 1위 페더러와 상대한다. 페더러는 이날 16강전에서 제러미 샤르디(100위·프랑스)를 2-0으로 눌렀다.

정현이 현역 세계 랭킹 1위와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호주오픈(노바크 조코비치)과 지난해 10월 파리 마스터스(라파엘 나달)에선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세계 1위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차세대 주자’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올해 37세인 페더러는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호주오픈에 이어 지난달 로테르담 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통산 97번째 남자단식 투어 우승이었다. 메이저 대회에선 20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올해 치른 15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36세트를 따내는 동안 상대에 내준 세트는 3개 세트에 불과할 정도로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경기력을 과시 중이다. 만약 페더러가 정현에게 패하면 다음 주 세계랭킹 1위는 나달(2위)이 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