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경험이 삶을 지탱할 것”

6년 전 이정민(34·사진)은 잘 나가는 ‘금융맨’이었다. 어느 순간 조정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장애인 노르딕 스키로 도전의 폭을 넓혀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정민은 13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2.5㎞ 좌식경기에서 9위에 올랐다.

처음으로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톱10에 진입한 그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울컥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민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1년 길랭바레증후군이라는 희소병을 앓았다. 전신이 마비되는 고통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미시간주립대를 졸업하고 영국계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이정민은 2012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유명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조정을 배우러 무작정 미사리 조정 경기장을 찾았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정 선수가 되기 위해 사직서도 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그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조정 비시즌인 겨울에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노르딕 스키에 입문한 것이다. 탁월한 운동신경을 가진 덕에 그는 단숨에 신의현(38)과 함께 한국 장애인 노르딕 스키의 간판 선수로 성장했다.

이정민은 “훈련하면서 성장이 더딘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패럴림픽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사직서를 낸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선택은 똑같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일을 해도 지금의 경험이 삶을 지탱해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