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졸업 앞두고 교통 사고
- 가족 믿음 안고 스키선수 전향
- 내일 바이애슬론서 금빛 사냥
“울긴 왜 울어. 잘했다. 잘했어.”
지난 10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평창동계패럴림픽 남자 7.5㎞ 좌식 종목에 출전한 신의현(37·창성건설)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제 실수 때문에…. 죄송하다”고도 했다. 금메달을 기대하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신의현의 순위는 5위(24분19초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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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좌식 경기에서 신의현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신의현은 이날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인 동메달을 수확했다. 연합뉴스 |
가족과 만난 신의현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신의현의 어머니 이회갑(69) 씨는 아들을 감싸 안았다. 이 씨는 연신 웃음 띤 얼굴로 아들의 뺨을 어루만졌다. “실수는 뭔 실수여. 잘했다. 잘했어.” 이 씨는 “메달을 따든 못 따든 (신)의현이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메달을 한 개도 못 따도 상관없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응원에 힘을 낸 신의현은 11일 장애인 스포츠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이날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42분28초9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번째 메달이었다. 또 2002 솔트레이크시티 은메달(알파인 스키 한상민)과 2010 밴쿠버 은메달(휠체어컬링)에 이어 우리나라의 역대 세 번째 동계패럴림픽 메달이었다.
이날 신의현은 29명의 출전 선수 중 28번째로 출발했다. 3.8㎞ 구간까지 5위로 달리던 그는 5.92㎞ 구간에서 4위로 뛰어오르더니 12.99㎞ 구간에서 중국 쟁팽을 제치고 3위로 올랐다. 1·2위는 막심 야로비(우크라이나·41분37초)와 다니엘 크로센(미국·42분20초7)이 차지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이정민(창성건설·44분6초1)은 10위에 올랐다.
신의현은 장애를 갖기 전까지 부모님의 밤 농사를 도와주던 보통의 청년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의 큰 고비를 맞았다. 두 다리를 자른 뒤에야 겨우 의식을 찾은 신의현은 자신이 미워 식음을 전폐했다. 3년을 방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는 “세상이 두려웠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왜 나를 살렸느냐’고 소리도 질렀다.
신의현을 일으켜 세운 이는 아들을 믿고 기다려준 어머니와 아내였다. 그는 재활 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휠체어농구를 통해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장애인 아이스하키와 휠체어 사이클까지 섭렵했다. 2015년에는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 스키팀에 합류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기량이 급성장한 그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열린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5㎞ 남자 좌식 종목과 크로스컨트리 15㎞ 남자 좌식 종목에서 한국 노르딕 스키 역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의현은 “(어머니를 만났을 때) 눈물이 아니라 땀을 흘렸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사랑하는 가족이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장애인이 된 뒤) 도전을 해서 여기까지 왔다. 장애인 분도 도전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의현은 13일 바이애슬론 남자 12.5㎞ 좌식 경기에서 다시 한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