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에 세 아들 사진 가득
-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 주고싶다
- 우승이란 결과물 만들어 낼 것”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31)는 공인된 ‘아들 바보’다. 그의 인스타그램과 휴대전화에는 온통 첫째 노아(10)와 둘째 크리스틴(9) 셋째 일라이(3)의 사진뿐이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가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6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듀브론트는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어렵게 자랐어요. 아이들에겐 밝은 미래를 주고 싶어요. 가족은 내 인생의 전부”라며 웃었다. 2018시즌이 시작하면 세 아들과 아내까지 입국해 부산에서 함께 지낼 예정이다.

그는 요즘 ‘부산 사투리’를 배우는 중이다. 자신보다 한두 살 어린 투수인 구승민·박시영·진명호가 선생님이다. “반쯤 비어있는 물통을 던져서 똑바로 세우는 게임을 자주 합니다. 한 명이 끝까지 성공 못 하면 꿀밤을 때리는데 재미있어요. 그들에게 영어 발음을 가르쳐주는 대신 한국어를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 부산 야구의 목표가 우승’이라고 하자 듀브론트는 2013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MLB 보스턴 레드삭스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004년 보스턴에 입단해 2010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3년 보스턴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 잡아 정규리그에서 11승을 거둔 데 이어 월드시리즈에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1.93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31승 26패 평균자책점 4.89이다.

듀브론트와 세 아들. 듀브론트 인스타그램

“2013년 보스턴이나 올해 롯데 모두 목표가 우승입니다. 시작이 비슷한 만큼 우승이라는 공통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돕겠습니다. 한미 챔피언 반지를 모두 갖고 싶어요.”

듀브론트는 지난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서 3번째 투수로 나와 공 10개만 던지며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나흘 뒤 LG 트윈스전에서는 1과2/3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바닷바람이 다소 강하게 부는 이시카와 구장의 특성과 불안한 수비 때문에 고전했지만 투구 자세나 구질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듀브론트도 “타자들을 연구 중이다.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을 테스트해보려고 다양하게 던졌다. 연습경기라 제구 점검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듀브론트는 자신의 성을 줄인 ‘듀비’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는 “마이너리그에 있을 당시 코치님께서 ‘듀비’라고 부른 게 시작이었다. 롯데 팬들도 이렇게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미 출신인 그에게 스페인어로 인사를 부탁하자 고민 끝에 나온 말은 다음과 같았다. “Gracias por apoyo(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오키나와=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