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소정 “애인 얘기로 친해졌다”
- 랜디 “맥도날드 먹으며 웃음꽃”
- 박윤정 “경포대 나들이가 추억”
- 머리 감독 “북한선수 가르칠 것
- 선수들 열정 아니면 불가능했다”

“아이스하키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다.” “남자 친구가 있는지 수다를 떨면서 친해졌다.”

	새러 머리(맨 왼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총감독이 21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함께 보낸 시간이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분단의 세월이 ‘하나’가 됐고 ‘역사’를 썼다.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을 비롯한 코리아팀 선수들이 21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가장 많이 쓴 표현은 ‘자랑스럽다(proud)’였다.

머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이뤄낸 일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머리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 남북 단일팀 둘 중 하나를 선택해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상황에서는 답하기 어렵다”고 곤란해했다.

코리아팀은 어색한 첫 만남과 달리 빠른 속도로 결속력을 다졌다. 골리 신소정(28)은 “처음 만나 밥을 먹으면서 여느 여학생들처럼 어디 사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를 물었다. 그때 친해진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윤정(26)은 “개인적으로 ‘하키 이상의 무엇’을 느꼈다.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머리 감독과 북측 박철호(오른쪽)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는 모습.

북한 선수들도 금세 한 팀으로 녹아들었다. 선수 대기실에서는 K팝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기도 했다. 귀화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30)는 “어느 날 아침 북한 선수들이 맥도날드 앞에 길게 줄 서 있었다. 아침으로 오레오 맥플러리를 먹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같이 먹으면서 한 번 더 웃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윤정은 스위스와의 첫 경기 이틀 전 떠났던 경포대 ‘바다 나들이’를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으로 꼽았다. 머리 감독은 그날 아예 훈련하지 않고 남북 선수들을 데리고 경포대로 갔다. 보안 문제 탓에 선수촌과 숙소만 오가다가 바다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박윤정은 “해변에서 북측 선수들과 함께 감독님을 바다에 빠뜨리려고 한 게 재미있었다. 카페에서의 수다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리아팀은 이제 마지막을 준비한다. 머리 감독은 “관동하키센터가 운영을 마쳐 이용할 수 없게 돼 비디오를 보면서 북한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북한 코치진과도 상의했다”고 소개했다. 신소정은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 중인 것 같다. 편지를 쓰는 선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3부 리그)에 출격한다. 지난해 4부리그에서 전승 우승을 거둬 3부리그 승격을 이뤄낸 한국은 이번에는 2부 리그 승격에 도전한다. 평창=배지열 기자 heat892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