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평창동계올림픽 목표 중 하나는 썰매·스키 종목 메달이었다.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같은 빙상 종목 ‘편중’이 심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24)이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썰매도 메달 레이스에 합류했다.

한국 스노보드 대표 이상호가 20일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키는 아직 노메달이다. 기대주였던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최재우(24)는 아쉽게 실격했다. 이제 한국의 마지막 희망은 ‘배추 보이’ 이상호(23)뿐이다.

한국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의 이상호는 20일 첫 공식 훈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상호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메달을 기대한다. 그는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회전·대회전 2관왕이다.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은 알파인 스키처럼 스노보드를 통해 가파른 경사를 빨리 내려오는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16명이 겨루는 결선부터는 두 명씩 토너먼트 맞대결을 통해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스노보드를 배운 이상호는 강원도 평창의 사북 출신이다. 그야말로 ‘안방’에서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이상호는 집 근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을 한 탓에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상호의 기량은 상승세다. 그는 2017-2018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랭킹 9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3월 터키 FIS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7-2018시즌에는 지난 시즌만큼의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순조롭게 컨디션을 회복한 만큼 충분히 메달 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호에 가려졌으나 최보군과 김상겸도 언제든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최보군은 2016년 FIS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신성이다. 삿포로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전 2위에 올랐다. 김상겸은 삿포로아시안게임 회전 동메달리스트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22일 예선에 이어 오는 24일 결선을 치른다. 32명이 출전하는 예선에서 상위 16위까지 결선에 진출한다.

예선 1위부터 8위까지는 자신이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유리하다. 두 선수가 나란히 슬로프를 내려오는 평행대회전은 코스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일이 잦다. 또 대진 상대에 따라 변수가 자주 발생한다. 실력을 갖춘 한국의 스노보더들에게 대진운까지 따라준다면 설상 종목 첫 메달도 기대해 볼 만하는 평가다.

이상헌 코치는 “올해 본 것 중 이상호의 몸 상태가 가장 좋다. 심리적으로도 좋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이상호가) 빨리 (경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 표현 하나만 봐도 (자신감을) 알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상호의 가장 큰 장점은 단단한 ‘멘털’이다. 이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두 선수가 나란히 달리는 평행대회전은 옆 선수의 주행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코스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