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1500ｍ 12년 만에 금
- 남보다 빠르게 발 내딛는 기술
- ‘플러스 스트로크’에 승부 걸어
- 키 162㎝ 신체적 불리함 극복
- 몸싸움 피한 외곽 추월도 주효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ｍ 금메달리스트 최민정(20)은 162㎝의 단신이다. 그가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 진선유(30)에 이어 12년 만에 1500ｍ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남들보다 2~4발 더 내딛는 ‘플러스 스트로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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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우승한 최민정(오른쪽)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4위를 차지한 김아랑이 어깨를 감싸며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민정은 지난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ｍ 결승에서 2분24초94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의 리진위(2분25초703)를 0.755초 차로 따돌린 그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세 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또 여자 500ｍ 결승에서 2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아 눈물을 쏟았던 아픔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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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최민정(왼쪽)이 아웃코스에서 선두를 추월하고 있다. 연합뉴스 |
13바퀴 반을 도는 레이스에서 최민정은 5바퀴째까지 4위를 고수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최민정의 스퍼트가 시작됐다. 11바퀴를 지나자마자 가속을 한 최민정은 전광석화 같은 외곽 추월로 단숨에 킴 부탱(캐나다)을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최민정의 예상치 못한 스퍼트에 부탱과 2위 리진위는 당황했다. 아무리 속도를 내도 최민정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2바퀴째부터 1위로 치고 나온 최민정은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남은 2바퀴 반을 달리더니 마침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자칫 뒤늦은 스퍼트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도 최민정은 자신의 체력과 스피드를 믿고 마지막까지 기다리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최민정의 급가속 비결은 코너를 돌 때 다른 선수보다 스트로크(다리를 교차하는 횟수)를 2~4번 더 하는 ‘한 발 더’ 주법이다. 유럽 선수는 물론 심석희(175㎝) 김아랑(172㎝)보다 키가 10㎝ 이상 작은 최민정은 상대 선수를 제칠 때 몸싸움에서 밀리기 십상이었다.
최민정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코스보다 아웃코스 추월을 선호한다. 이날 1500m 예선부터 준결승·결승까지 최민정이 상대 선수를 추월한 코스는 모두 바깥쪽이었다. 아웃코스 추월은 인코스 추월보다 더 강한 원심력을 이겨내야 하고 많은 체력도 요구한다.
원심력을 이겨내기 위해 최민정은 짧은 보폭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2~4번의 스트로크를 더 한다. 이렇게 빨라진 스피드는 직선코스에서 더 가속도가 붙어 경쟁자들의 추월을 막는다. 최민정은 “어렸을 때부터 작은 체구 때문에 항상 바깥으로 치고 나가는 연습을 많이 했다. 스크로크를 더 많이 하려면 강한 체력이 필수다”고 말했다. 자신의 단점을 훈련으로 극복한 것이다.
최민정은 경기 직후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 없었다. 나를 위해 희생해준 가족과 여행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고 싶은 곳’을 묻는 말엔 “엄마가 원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올림픽을 1~2주 앞두고 엄마가 제게 손편지를 써 주셨다. 경기 전날이나 힘들 때 읽으면서 위로받았다”고 덧붙였다. 최민정은 여자 3000ｍ 계주(20일)와 1000ｍ 결승(22일)에도 출전해 3관왕을 노린다.
평창=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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