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부터 순위 결정전서
- 남북 단일팀 첫 승 기약

기다리고 기다리던 ‘올림픽 첫 골’이 마침내 터졌다.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골 주인공이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일본과의 경기에서 랜디 희수 그리핀이 득점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단일팀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1-4로 아쉽게 패했다. 3전 전패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한 단일팀은 오는 18일부터 순위 결정전에 나선다. 일본은 1998 나가노·2014 소치올림픽에 이어 3번째 올림픽에서 사상 첫 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결과보다 단일팀이 올림픽 첫 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계랭킹에서 일본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주전 골리 후지모토 나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단일팀도 “한일전만큼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며 맞섰다.

일본은 1피리어드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경기 시작 1분7초 만에 구보 하나가 선제골을 터뜨리더니 3분58초에는 오노 사코가 추가골을 뽑아내며 달아났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단일팀이 또 다시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는 듯했다.

2피리어드가 시작되자 단일팀 선수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거세게 몰아붙였다. 계속 상대 골문을 두드리던 단일팀은 2피리어드 9분31초에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뽑아냈다. 박윤정의 패스를 받은 그리핀의 슛이 상대 골리의 다리 사이를 통과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한반도기를 든 6000여 관중은 환호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리핀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출신 귀화 선수다.

기세가 오른 단일팀은 3피리어드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추가골 사냥은 실패했다. 오히려 10분여를 남겨 두고 첫 골의 주인공 그리핀이 2분간 퇴장 당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단일팀은 결국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단일팀 새러 머리 감독은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골리 신소정을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짧은 시간에 동점을 만들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그러나 경기 종료 1분27초를 남기고 오히려 일본에 추가골을 내줬다.

조별리그에서는 비록 첫 승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단일팀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단일팀은 두 번의 순위 결정전(5~8위)에서 다시 한번 올림픽 첫 승을 노린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