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여의주를 물고 용이 됐어요.”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인 클로이 김이 13일 아버지(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13일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딸 클로이 김(18·미국)의 우승을 지켜본 김종진(62) 씨는 “드디어 금메달”이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관중석에서 클로이 김의 할머니·이모와 함께 가슴을 졸이던 김 씨는 “딸에게 오늘은 이무기가 용이 되는 날이라고 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외신 기자들이 한국에서 금메달을 따 더 의미가 깊지 않으냐고 하자 “정말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로이의 핏줄은 100% 순수 한국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학교도 미국에서 다니지만 핏줄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1982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 터전을 닦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클로이 김의 한국 이름은 ‘김 선’이다.

딸에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아빠에게 좀 잘했으면 좋겠다. 너무 까칠하다”고 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딸이 10대라 대화는 자주 못 한다. ‘아빠 그만!’이라거나 ‘저리 가!’ 이런 말만 한다”고 감춰왔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클로이 김은 ‘알파걸’이다. 운동은 물론 공부도 잘한다. 어릴 때 스위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 한국어와 영어·프랑스어에 두루 능통하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클로이 김이 하버드대나 프린스턴대에 진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클로이 김은 23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에서 ‘내일 대학입학 자격시험(SAT) 점수가 나오는 날이다. 최악이면 어떻게 하지?’라며 평범한 여고생의 고민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 모굴 국가대표 서정화(28)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를 나온 알파걸이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박은정(29)은 미국 프린스턴대 출신으로 컬럼비아대 의대 대학원 휴학 중이다.

한편 영국 BBC 해설가 에드 리는 클로이 김처럼 어린 선수들이 스노보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에 대해 “대다수의 늙은 선수는 어린 선수들처럼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