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 사직체육관 잊을 수 없는 장소”

“늘 훈련에 뒤처지던 아이가 은퇴 투어를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습니다.”

	프로농구 은퇴투어 행사를 하고 있는 원주 DB 김주성이 23일 부산 숙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프로농구 원주 DB의 김주성(39·사진)이 2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kt를 상대로 은퇴 투어를 하기 위해 23일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

김주성에 앞서 은퇴 투어를 한 선수는 지난해 그라운드를 떠난 프로야구 레전드 이승엽이다.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서장훈(전 부산 kt)은 몇몇 구단에서만 은퇴 투어를 했다.

“남은 경기가 줄어들면서 은퇴가 조금씩 실감 난다”는 김주성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6년 농구와 인연을 맺었다. 그의 스승은 이상국(61) 부산 동아고 감독이다. 늦게 운동을 시작한 탓에 훈련 도중 혼나기 일쑤였다. 체격도 마른 편이라 중학생들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몸싸움에서 밀리는 굴욕도 당했다.

이 감독은 “운동장을 돌면 동료들보다 2, 3바퀴는 뒤처지곤 했다”며 “대신 주성이가 혼자 밤늦게까지 개인 연습을 할 정도로 성실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주성도 “체격을 키우려고 뷔페에서 많이 먹은 게 오히려 체해서 고생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고된 훈련과 이 감독의 지도로 급성장한 김주성은 2학년 때 청소년 대표팀에 뽑혔다. 중앙대를 거쳐 DB(당시 TG삼보)에 입단한 그는 한 번도 이적하지 않았다. “야구처럼 연고지 우선 제도가 있었다면 고향에서 뛸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아쉽죠.”

농구선수의 길로 이끈 이 감독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내 밑으로 들어오지 말고 더 큰 지도자가 돼라’는 이 감독의 말을 전하자 김주성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안 그래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면 지도자 연수를 목표로 소속팀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부산 사직체육관도 농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장소다. 그는 2002 부산아시안게임(AG)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중국에 10점 차로만 지자’는 이야기도 했어요. 그런데 경기가 잘 풀려서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형들이랑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어요.” 그는 2014 인천AG도 우승하며 농구 선수로는 유일하게 AG 금메달 두 개를 가진 주인공이다.

“부산 kt 성적이 안 좋아도 경기장을 찾아주세요. 농구 자체가 정말 재미있거든요.”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