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점으로 평가받던 서브·포핸드
- 자세교정 성공해 강점으로 활용
- 오늘 샌드그렌과 8강전 이기면
- 4강전 ‘황제’ 페더러와 붙을 듯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호주오픈 16강전에서 ‘우상’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격파한 정현(21)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8강을 넘어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본다는 의미다. 약점을 보완하면서 ‘신무기’까지 장착한 정현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마저 잡을 태세다. 해외 도박사들은 8강에서 정현이 승리할 확률이 상대인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보다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정현이 지난 22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를 상대로 포핸드 스트로크를 하는 장면. 정현은 24일 오전 11시 테니스 샌드그렌과 8강전을 치른다. AP연합뉴스

■첫 서브 성공률 즈베레프 압도

정현은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2위에 오르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백핸드는 일품인데 서브와 포핸드가 약하다”는 평을 받던 정현은 이제 약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진화했다. 서브는 이미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정현은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의 호주오픈 2회전에서 첫 서브 평균 시속이 198㎞를 찍었다. 평균 시속 220㎞의 즈베레프보다 느린 반면 첫 서브 성공률은 75%로 즈베레프(62%)를 압도했다. 첫 서브가 들어갔을 때 득점 확률도 정현이 78%로 즈베레프(71%)에 앞섰다.

정현이 가장 달라진 부분은 포핸드다. 조코비치를 물리치자 장내 인터뷰 사회자가 “오늘 포핸드가 정말 좋았다.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인 조코비치를 상대로 한 정현의 ‘포핸드 위너(포핸드 공격 성공)’는 19개로 조코비치(20개)에 뒤지지 않았다. 포핸드에서 나온 범실 개수는 조코비치(24개)보다 오히려 적은 21개였다.

박용국 SPOTV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포핸드를 칠 때 팔꿈치 각도가 거의 수평이었다. 지금은 45도 정도로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스윙 스피드가 빨라졌다”며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붙어서 빨리 치는 공격적인 샷도 정현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포핸드가 정현의 신무기가 된 배경에는 끝없는 노력이 있다. 정현은 2016년 프랑스 오픈을 마친 뒤 윔블던·리우올림픽·US오픈을 모두 건너뛰면서 자세 교정 훈련에 매진했다.
■베팅업체 “정현 승리 확률 높아”

정현은 24일 오전 11시 호주오픈 8강에서 샌드그렌과 격돌한다. 이번 대회 8강에 오른 8명 가운데 랭킹이 가장 낮은 선수다. 지난 9일 ASB클래식 1회전에서 만나 정현이 2-1로 승리했다.

그러나 정현이 예전의 정현이 아니듯 샌드그렌 역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 2회전에서 스탄 바브링카(8위·스위스)를 3-0으로 완파한 데 이어 22일에는 세계랭킹 5위의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까지 3-2로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해외 베팅업체들은 정현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배팅업체 윌리엄힐과 래드 브록스는 모두 정현의 승리 배당률을 1/6로 잡은 반면 샌드그렌은 4/1로 매겼다. 정현이 이기는 쪽에 6달러를 걸면 1달러를 받는 반면 샌드그렌에 1달러를 베팅하면 4달러를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정현이 샌드그렌을 꺾는다면 4강에서 페더러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페더러는 8강에서 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와 격돌한다. 상대 전적에서 페더러가 19승 6패로 앞선다. 2014년부터 베르디흐를 상대로 8연승 중이다. 정현은 아직 페더러와 맞대결한 적은 없다. 이병욱 기자